프리모티보길 12일차 – 오페드로우소

6/28(일) O Pedrouzo(O Pino) -> Santiago de Compostela

이곳으로 내려왔을땐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짐을 정리하는 그 잠깐 사이에 모두 출발했다.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순례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시설이 깨끗하고 모든 것들이 잘 구비되어 있다. 다만 주방에서 요리하기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난 요리를 해 먹지 않으니 상관없다.

 

오늘도 아침 안개로 뿌였다. 한참 걷다 보니, 왼쪽 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가 가렵다. 약간 빨갛게 부어 올랐다. 뭐에 물린 거 같은데, 어제 내가 밟았던 개미가 복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밟긴 했지만, 개미가 죽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내가 잘 때 손을 문 것이 아닌가 싶다. 물린 곳이 한 군데라서 베드버그는 아닌 거 같다.

조금 걷다 보니, 어제 수퍼 앞에서 만난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조금 얘기하다가 나는 아침을 먹기 위해 먼저 보냈다. 배낭을 내려놓고 보니, 한글로 낙서가 되어 있다. 자기가 다녀간 것에 대한 기록을 남기면 기분이 더 좋아서일까? 왜 이런 곳에 낙서를 하는 지 모르겠다. 내가 쉬고 있는 곳이 예배당 근처라서 세요(스템프)를 찍으러 많은 사람들이 들른다.

후다닥 아침을 먹고 걸다보니, 어느 예배당 앞에서 다시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잠깐 얘기하다가 걸음 속도가 맞지 않아 먼저 간다고 하고 헤어졌다.  아직 오른쪽 발의 통증이 있어서 차라리 빨리 걷고 쉬고 싶다. 먼저 간다고 인사하고 다음 카페에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너무 천천히 와서인지 그 다음 카페에서도 만날 수가 없었다. 나는 에스프레소 한잔 하고 출발했다. 약간 경사진 언덕인데,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유모차 같은 짐을 밀면서 잘 올라간다. 참 다양한 방법으로 순례길를 완주하는구나 싶었다.

이곳도 알베르게였다.

내리막길의 끝부분에 창고처럼 생긴 게 많이 있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일종의 알베르게였다. 엄청난 규모이다.  정말 수학여행 몇 팀을 받아도 될 정도이다. 이곳을 지나 약간의 공원을 지나면 바로 산티아고가 보인다.

이곳에서 한국인 여자 3명인 팀을 만났다. 2명은 대학생이고 한명은 직장인데, 스템프를 받기 위해 최소 출발지인 사리아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약 2주 일정으로 왔다고 한다. 직장인이면 길게 시간을 내기 어렵다.

이 사진도 한국인이 찍어줬다. 한국인 같아서 인사를 했더니, 커플이 사진을 찍어준다. ㅎㅎ

산티아고 시내에 가까이 가자, 다른 한국인들이 보였다. 여자 3명이 왔는데, 2명은 대학생이고 다른 한명은 직장인이다. 인증서를 받을 수 있는 곳인 사리아(Sarria)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2주 일정으로 와다고 한다. 한명은 심하게 다리를 절뚝거린다.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힘든 곳에 왜 왔을까 싶다.

좀 더 지나니 또 다른 한국인들을 만났다. 인사를 하니, 사진을 찍어준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인심이 좋다. 그동안 셀카만 찍다가 이렇게 사진을 찍어주니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마지막 구간은 시내를 통해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가는 경로가 포함된다. 구시가를 지나면서 이제 정말 다 왔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골목을 지나서 어느 순간 큰 광장이 보이는 데, 이곳 왼쪽에 대성당이 있다.

 

나도 이곳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다른 순례자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힘든 여정을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셀카봉을 이용해서 사진찍기 놀이도 했다. 셀카봉으로 타이머로 찍으니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나는 왜 걸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데,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순례길에 만난 사람들도 내게 물었지만, 난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저 버킷리스트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외에는 도전 정도일 것이다. 이번처럼 오랫동안 걸어본 적이 없다. 최근에 철인운동을 하면서 그나마 운동을 했지. 그동안 운동하고 담을 쌓고 살아온 인생이다.산티아고에 도착하면 내가 왜 이 길을 걸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지만, 그동안 걸으면서 깊게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걸을 땐 힘들어서 어서 오늘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발도 아프고 날씨도 무더웠다. 천천히 경치를 보면서 생각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숙소에 도착해서도 피곤해서 낮잠자고 저녁 먹기 직전에 잠깐의 여유만 있을 뿐이다. 노트북으로 가져가서 정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게 나쁜 게 아닌다. 낮잠을 자고 쉬어줘야 그 다음날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 내가 강행군을 해서 걷기 싫을 정도로 피곤한 적이 있었다. 루고에서 발 때문이긴 하지만 하루 쉬고 나니,컨디션이 돌아왔다.

여행을 계획할 때에도 이번 여름방학 아니면 가기 힘들 거 같아서이다. 그저 그 단순한 이유로 출발한 것이다. 동기는 없었지만, 걷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느낀 점은 있다. 정말 한 걸음씩 가다보면 언젠가는 끝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쁜 세상과 떨어져서 있으니, 인생도 급할 거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삶에서 여유를 찾았던 순간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중요한 게 없다. 그저 걷는 것이다. 또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걷는다. 즉,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걸은거리 >> 26.35km

숙소 >> Ponte Ferreira Hos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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