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철인대회 후기

그동안 올림픽코스의 철인대회에만 5번 참석했다. 철인운동을 꾸준히 하지는 않고 대회 직전에 3개월 잠깐 운동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철인동호회에 가입한 후로는 꾸준히 운동을 했다. 작년 대회가 끝나고 주로 달리기 중심으로 운동을 했다. 그리고 올해 3월에 서울마라톤에 풀코스로 참가했다.

우리 동호회에서 주관했던 설악그란폰도대회가 있었는데, 자전거 연습 부족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동호회의 철인대회 참가시 서울마라톤풀코스, 설악그란폰도, 고성철인대회 순서로 참가한다. 나는 이중에서 자전거 대회인 설악그란폰도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부족한 자전거 실력을 양수리 라이딩과 출퇴근 라이딩으로 대신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각 종목별로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오픈워터 수영도 최대로 한 것이 1.4km에 불과하다. 대회 전주에 구봉도에 바다수영을 했지만, 오리발을 착용했다. 라이딩도 무정차로 90km이상을 달려본 적이 없다. 대회 3주 전에 시도했다가 낙차를 당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이다. 마라톤 대회이후 최대로 달린 거리가 15km에 불과하다. 그런데, 3종목을 쉬지 않고 연속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이 앞섰다. 그대로 작년에 신청해 놓은 대회이고 우리 동호회에서는 하프정도해야 대회 참가로 인정해 준다.

우리가 마라톤대회를 얘기하면 보통은 풀코스를 얘기하듯이 철인이라고 하면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을 의미한다. 10km나 21km달리기를 마라톤대회라고 하지 않고 단축마라톤이나 하프마라톤이라고 부르듯이 철인대회도 아이언맨이라고 하면 풀코스를 의미한다. 그래서 아이언맨70.3이라는 부르면 하프코스 철인대회를 의미한다. 70.3마일이 하프코스의 총길이를 의미한다.

어쨌든 고성대회는 국제 철인연맹의 공식대회이다. 즉, 아이언맨 대회인 셈이다. 정확히는 아이언맨70.3  대회이다.

대회 일주일 전에 구봉도에서 바다수영을 하면서 높은 파고에 다리가 쥐나도록 해안으로 도망쳤던 일이 있다. 그때 났던 쥐가 대회 이틀전까지도 계속 되었다. 마지막 주에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로 컨디션 관리를 했다. 핀 바다수영, 퇴근 라이딩, 아침 조깅 정도만 했다. 그리고 카보로딩에 신경을 썼다. 그런데, 마라톤과는 달리 철인대회는 보급터가 있어서 몸에 글리코겐을 축적하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을 거 같았지만 서울마라톤에서 카보로딩의 효과를 단단히 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카보로딩을 했다. 지난번처럼 극단적인 탄수화물관리는 하지는 않았다. 평소에 비해 적게 먹는 수준이었고 마지막 3일은 평소보다 많이 먹는 수준으로 관리했다.

이번 대회은 거리가 멀어서 주말에 차가 막히면 더 힘들 거 같아 새벽에 출발을 했다. 5시 30분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 도로가 막히지 않아 휴게소에 한번 들렀음에도 9시 40분 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안내소에 사람도 없어 바로 등록하는 곳으로 찾아갔더니, 10시 넘어서 오라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갔더니, 등록대에 계신 자원봉사자들이 아까 사진을 찍어줬던 사람이라고 반가워하신다. 고성 마크가 찍힌 가방에는 바꿈터 보관용 비닐가방이 3개나 들어 있고, 넘버링과 기록칩이 들어 있다. 셔츠나 모자 같은 것도 없어 의아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완주해야 준다고 한다. 하긴 티셔츠 뒤면에 피니셔라고 찍혀있으니 완주시 나눠줘야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주변을 돌려보는데, 날씨가 덥다. 동호회나 인터넷에서 고성사진을 많이 봤는데, 그곳이 이곳이구나 라는 실감이 되었다. 더운 날씨라 그런지 그렇게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그냥 날씨가 더워서 조금 귀챦을 정도였다. ‘전부 사진 빨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주차장 근처에서 충전을 했다. 고성 근처에도 움직일때 배터리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려고 충분히 많이 충전했다.

검차 받으러 갔는데, 안장에서 삐그덕 소리가 난다고 자전거 수리점에 가보라고 한다. 검차는 통과했다. 이곳에서는 헬멧도 자세히 보지 않는다. 작년 세종대회에서는 헬멧끈의 길이까지 꼼꼼히 보는데, 이곳은 대충 검사한다. 검차 받고 자전거를 거치하긴에 자전거가 너무 더운 곳에서 고생하는 거 같았다. 근처 자전거 매대에서 자전거 탑튜브가방을 샀다. 순전히 눈이 나빠서 가격을 잘못 보고 결정한 것이다. 3,800원인 줄 알고 저렴해서 충동구매를 했는데, 결제할 때서야 38,000원임을 알았다. 건식오일도 마찬가지이다. 천원짜리인 줄 알았는데, 만원이었다. 갑자기 48,000원을 썼다. 하지만 대회시 유용했다. 원래는 파워젤을 탑튜브에 테이프로 붙이려고 했는데, 가방에 넣으니 쓰레기 걱정을 안해도 되고 꺼내기도 편해서 좋았다.

오후 2~4시에 연습수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이 자전거코스라서 둘러보는데, 생각보다 언덕이 많다. 그나마 언덕이 길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사전 답사를 하면서 속도를 보니 50km 정도이다. 이속도 90km를 다녀볼려면 거의 2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사전답사도 시간이 걸릴 정도도 먼 거리이다. 점심을 먹고 근처에서 다시 충전을 했다. SS차저 충전소가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최대한 충전을 해야 한다. 충전소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남은 쿠폰을 사용했다. 테이크아웃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받아서 차로 왔는데, 무지 덥다. 그냥 시원한 스타벅스에서 쉴 걸 그랬다. ㅋㅋ

1시 30분이 되어 슬슬 수영연습하러 갔다. 가는 길에 자전거 코스를 확인했는데, 반대편은 거리가 긴 대신에 경사가 완만했다. 사이클 5km, 15km 지점이 초반에 경사가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수영연습하는 바꿈터까지 상당히 멀다. 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바꿈터에서 자전거를 맡기고 수영을 했다. 수영 전에 아미노바이탈 가루를 하나 먹었다. 피로 방지용이다. 수영을 했는데, 초반에 호흡이 안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중간 지점부터 너울이 조금 있는 편이라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호흡하려고 하면 파도가 밀려와서 짠물이 입에 들어온다. 그러면 놀래서 수영을 멈추게 된다. 겨우 수영을 마쳤는데, 아무래도 이대로 대회를 치을 수 없을 거 같아서 한번 더 수영을 했다. 이번에는 팔을 높이 들어올려서 팔이 파도에 부딪히지 않고 앞으로 뻗을 수 있게 했다. 또한 물속에서 호흡을 길게 해서 얼굴이 물 밖으로 나올 때 바로 숨을 들이마실 수 있어서 호흡시간이 짧아진다. 두번의 연습으로 어느 정도 수영에 자신감이 붙었다.

바꿈터에서 자전거만 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펌프는 다시 들고 가야 한다. 더운 여름 날씨에는 공기압이 팽창해서 타이어가 터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바람을 조금만 넣고 대회 직전에 적정공기압을 넣어야 한다. 그래서 펌프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펌프 10대를 비치해서 대여해 준다고 하지만 직전에 몰리면 바람 넣기 힘들 거 같아 가지고 갔다. 펌프는 대회날 아침에 바꿈터 입구에 맡길 수 있다.

더운 날씨에 웻슈트를 입고 펌프를 들고 가려니, 너무 더웠다. 중간에 화장실에 들러서 웻슈트를 벗었다. 원래 슈트의 용도는 체온유지이다. 더운 날씨에 슈를 입었으니 무지 더웠다. 오는 길에 가수 션을 봤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귀챦았을 거 같은데, 싫은 내색없이 사진을 같이 찍어준다. 불우이웃돕기 등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인성도 좋은 거 같다. 이전에 가수 션의 사진을 보니 검지손가락으로 하나를 표시하는 포즈이다. 나는 엄지척! 하고 사진을 찍었다.

수영을 마치고 조금 쉬었다가 4시 40분에 진행하는 한국어 안내를 들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는데, 사이클 타면서 앞 선수와 12미터 이내 접근해서 25초이내 벗어나지 못하면 드래프트이며, 이의제기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무조건 심판의 판정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사이클이 끝나기 직전에 패널티를 받으면 그 장소에서 일정시간 대기해야 하며, 대기하지 않으면 실격이라고 한다. 아니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있는데, 어떻게 앞사람과 간격을 유지할 수 있나 싶었다. 주변에 물어보니, 직선구간에서만 해당된다고 한다. 하긴 업힐이나 커브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어야 하는데, 선수끼리 몰릴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그래서 실격이라는 말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대회 끝나고 KTS 카페에 가보니, 라이딩 도중이 심판이 가까이 와서 뭐라고 한 것을 제대로 듣지 못해 패널티박스를 지나쳐서 실격 당했다는 선수도 있었다.)

설명을 듣고 숙소로 복귀하는 길에 사이클코스를 마저 답사했다. 끝까지 전부 가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코스는 파악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보지 못한 곳에 높은 언덕이 하나 더 있었다. ㅋㅋ

숙소 근처에서 마지막 카보로딩을 하기 위해 칼국수집을 검색했더니, 오리불고기집이 나왔다. 찾아갔더니, 후식용 들깨수제비라고 한다. 결국 근처에 있는 한식당에서 백반으로 저녁을 떼웠다. 후식으로 가져간 인절미 2개를 추가로 먹었다.

숙소로 와서 기어백에 물품을 분류했다. 기어백은 총 3개이다. 바이크, 런, 스트리트용이다. 보통은 바꿈터 입구에 걸어놓는데, 이번엔 바구니에 바이크와 런 기어백을 보관하기 때문에 기어백의 의미가 없다. 그냥 바구니에 잘 정리해 놓으면 된다. 대신 스트리트 기어백은 대회 끝나고 바꿈터가 개방되기 전에 갈아 입을 옷이나 슬리퍼를 보관하는 용도로 필요하다. 바꿈터 입구에 있는 차량에 보관해 놓으면 나중에 도착 지점 근처에서 찾을 수 있다. 바꿈터와 도착지점 간에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스트리트 기어백은 유용하다.

9시 정도에 잠이 들었는데, 피곤해서인지 중간에 깨지 않고 3시 40분까지 푹 잤다. 아침으로 전북죽과 연양갱 한 개를 먹고 물품을 최종 정리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대회장 주차장에 도착하니, 5시가 되었다. 펌프에 가방 4개를 들고 주차장에서 바꿈터에 도착하니, 신호가 온다. 짐을 바구니에 순서대로 정리해 놓고 다시 화장실을 한번 더 다녀왔다. 그 사이에 수영연습이 시작되었다. 수영연습 전에 아미노바이탈5000를 마셨다. 수영연습을 하는데, 이번엔 가슴이 답답했다. 웻슈트를 잘못 입었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어제 연습할 때나 한강수영할 때에는 경기복 상의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았었다. 그냥 적응해야 했다. 그리고 수영이 마치고 나니 다리에 쥐가 날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크램픽스 대신 마그비스피드(더블액션)를 마셨다. 신맛이 약간 있지만 크랙픽스에 비하면 양반이다.

대회 준비를 마치고 간단한 체조를 하는데, 무대위에서 국민체조처럼 규칙이 있는 게 아니라 대충 몸을 흔들면서 노래부르면서 몸을 풀었다. PT체조 등 다들 그냥 각자 알아서 몸을 풀었다. 나도 스트레칭 정도만 했다.

출발이 6시 20분이라 간단한 인사말 후에 바로 수영모자 색깔별로 출발했다. 기록이 가장 늦은 핑크수모이다. 릴레이팀 바로 전에 출발한다. 기록을 보니, 남들보다 30분 정도 늦게 출발한 거 같다. 5명씩 출발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뛰어가서 웻슈트 안에 물을 조금 넣고 얼굴을 담궈서 수경에 물이 들어오는 지 확인하고 바로 입수했다. 그래서 쉬지 않고 헤엄쳤다. 초반에 위치 확인하는 거 없이 우측의 레인줄과의 거리를 확인하면서 수영했다. 빨간색 꼬깔모자가 나오면 우회전하면 된다. 총 3번의 우회전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무조건 직진이다. 중간에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했지만, 나는 빨리 헤엄쳐서 벗어나거나 왼쪽으로 빠져서 헤엄쳤다. 근데, 몸싸움 하는 선수들이 금방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빨리가고 있다는 생각는 못했다. 다행인 것은 어제처럼 너울이 있진 않았다. 그냥 한강수영과 다름 없었다. 한강수영처럼 바닥이 불투명한 녹색이다. 대신 앞사람이 젓는 다리 때문인지 물방울이 흐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걱정했던 해파리도 딱 한번 봤을 뿐이다.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대회장소 주변에서 해파리 제거작업을 계속 했다고 한다.

마지막 턴하고 10미터 정도 남았을 때 수경에 물이 조금이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정도면 눈 감고도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거의 다 도착해서 손으로 땅을 짚으려고 하는 순간에 어디선가 날라온 발에 수경이 벗겨졌다. 아니 거기서 왜 평영을 하는 지 모르겠다. 그냥 기어나와도 충분한 곳인데. 내가 농담 삼아 당신 때문에 0.5초 늦어졌다고 얘기했는데, 알아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미안하다고만 한다.

수영이 끝나면 나오면서 슈트를 벗으면서 뛰어와야 하는데, 왜 거기서 슈트의 짠물을 제거하고 마시기도 힘든 분무기 같이 나오는 곳에서 입을 헹구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입구에서 생수로 입을 헹구로 바꿈터로 들어 왔다. 내 옆 사람이 와 있었다. 나는 급하게 슈트를 마저 벗고 수건으로 얼굴과 발을 닦고 먼저 나왔는데, 기록을 보면 그사람보다 더 바꿈터에 오래 있었던 걸로 되어 있다. 원래 바꿈터에서 떡도 먹고 쥬스도 먹고 나올 계획인데, 토마토쥬스만 먹고 나왔다.

사이클을 시작하면서 내가 가민시계를 눌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민시계의 철인3종 종목은 우측 위에 한번 누르고 경기 시작과 끝날 때 우측하단 버튼을 한번씩 누르면 알아서 수영, 바꿈터, 사이클, 바꿈터, 러닝으로 바꿔주면 마지막으로 우측하단 버튼을 누르면 종료된다. 그래서 한번 더 누르면 다음 종목으로 변경되어 여러번 누르면 안된다. 나는 전부 잘 눌렀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눌렀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달리기 할때만 현재 페이스가 표시되어 알 수가 있었다. 사이클은 어자피 사이클속도계를 보니, 시계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나마도 사이클속도계도 5km 지점을 지나서야 눌렀다.

사이클 보급소는 25km, 58km, 82km 지점에 있다. 나는 처음 보급소에 들러서 물병을 잡으려다 놓치고 멈춰서 들고 갔다. 두 번째에는 아예 멈추고 물병을 받았다. 세 번째는 속도를 줄여서 멈추지 않고 물병 낚아채기에 성공했다. 처음과 두 번째는 포카리스웨트가 든 검은 물병이였고, 세 번째는 생수가 들어있는 흰색물병이다. 이전에 받았던 보급용 물병은 보급소 직전에 버렸다. 결국 기념품으로 투명 물병 한개를 챙겼다.

이번 대회를 위해 블랜더보틀을 구입했다. 보온기능이 있으며, 물을 마실 때 물병을 거꾸로 들지 않고 눌러도 안에 빨대가 들어 있어 물을 마실 수 있다. 그리고 709ml로 대용량이라 물병 하나로 충분할 정도이다. 실제로 이곳에 파워젤 2개와 전해질을 넣었는데, 절반 정도 마시고 남겨왔다. 파워젤을 2개나 넣고 제대로 희석이 되지 않았는지 바닥에 고여 있는 파워젤만 먹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보급소에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면 약간 맹물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라이딩코스를 사전에 답사를 해서인지 앞으로 나타날 코스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미리 코스를 안다고 업힐에 더 도움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업힐에서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 가벼운 기어비로 케이던스 위주로 올랐다. 하지만 20km지점에서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다. 확실히 화장실을 다녀오면 몸이 편해졌다. 전체적으로 무리하지 않고 라이딩을 했다. 중간에 4턴 구간에서 바람이 엄청 불어서 ‘자전거도 망쳤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지인데도 맞바람 때문인지 평속 24km/h도 나오지 않았다. 당초 내 목표는 평속 27km/h였다. 대회뽕이 있으면 조금 더 빠르겠구나 싶었는데, 목표 평속 도달하기도 힘들 거 같았다. 그리고 사전 답사를 하지 않은 곳에 업힐이 있었다. 다행히 전체적으로 업힐 구간이 길지 않아서 체력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였고, 마지막까지 지쳤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속도가 더 나거나 하지도 않았다.

70km가 넘어가니 목이 아파온다. 에어로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서 앞을 바라봐서인지 목이 아프다. 그래서 전방을 보고 아무도 없으면 도로만 보면서 달렸다. 이럴땐 핸들바에 거울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T바를 잡고 제대로 에어로 자세를 취하려면 고개를 들면 안된다. 선수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사이클 구간이 90.1km로 상당히 긴 구간이였지만, 마을을 지날 때만 주민들이 나와서 응원을 해 주었다. 그리고 중간에 자원봉사자들이 있어서 펑크나 사고시 긴급하게 연락할 수 있게 대회진행이 잘되어 있었다. 선수만큼 심판이나 자원봉사자들도 많았던 대회인 거 같았다. 나처럼 혼자 온 선수들도 주민들의 응원을 받으니, 힘이 나서 적어도 응원하는 구간에서는 힘을 내서 라이딩할 수 있었다.

바꿈터에 러닝을 위해 배번을 차고 썬그림을 발랐다가 다시 테이핑을 위해 수건으로 닦아냈다. 하지만 왼쪽 무릎에 붙인 테이프는 덜렁거려서 아예 떼어냈다. 오른쪽은 끝까지 잘 붙어 있었고 나름 역할을 해준 거 같았다. 슬개건염이나 장경인대 통증 등은 없었다.

바꿈터를 나가서 왼쪽으로 턴을 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진행요원에게 물어보니, 그냥 선수들 따라가라고 한다. 러닝코스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초반에 헷갈렸다. 사이클의 첫번째 분기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음엔 안 잊어버릴 거 같다. ㅎㅎ

첫번째 언덕은 그냥 걸었다. ‘트레일러닝도 아닌데, 언덕에서 뛰어야 하나’ 싶었다. 러닝코스는 총 3바퀴를 도는 것이다. 첫 번째 바퀴를 돌았는데,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근전환의 문제가 아니다. 더위에 대한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체력이 지친 것도 아니다. 보급이 충분해서 러닝 전에 파워젤도 안 먹을 정도였다. 모든 러닝 보급소에 들러서 포카리스웨트를 마셨으니, 갈증으로 인한 것도 아닌데, 심장이 엄천 뛴다. 생각해 보니, 더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얼음으로 더위를 식히기로 했다. 다음 보급소에서 얼음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데, 다른 여자선수가 얼음을 왕창 집어다가 뒷주머니에 넣는다. (난 처음에 바지 안에 넣는 줄 알았다. ㅋㅋ)  나는 상위 앞뒤에 얼음을 잔득 넣었다. 그랬더니 정말 시원했다. 레이스 벨트가 있어서 얼음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 녹을 때까지 시원했다. 얼음이 녹으면서 다리를 타고 흘러내는 느낌이 달리면서 오줌 싸는 거 같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몸을 식히니, 두 번째 턴을 마치고 나니 몸이 살아났다. 이제 달리만 했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뛰었다. 대신 이전처럼 힘든 상태가 아니라 주변 풍경도 보고 달리는 다른 선수에게 말도 걸면서 천천히 마무리했다.

러닝보급소는 총 5곳이 있었다. 한 바퀴에 7km인데, 보급소가 5곳이면 정말 1~2km마다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첫 보급소에서만 생리식염수가 있었다. 나도 두 바퀴 돌고 생리식염수 한개를 받아 먹었다. 첫 보급소를 제외하고는 전부 얼음이 있었는데, 끝날 무렵에는 얼음이 없는 곳이 있었다. 특히 2, 5번째 보급소에는 수박이 있어서 매번 먹었다. 러닝 도중에 화장실도 두 번이나 다녀왔다. 물을 많이 마신 거 같다. 차라리 화장실을 다녀오더라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탈수 예방을 위해 좋은 거 같다.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러닝 언덕에는 에어파스를 뿌려주는 곳도 있었고, 물 호스로 물을 뿌려주는 곳도 2곳이나 되었다.

러닝 3바퀴째에 들어오는 곳이 다르다. 피니시라인으로 잘 들어와야 한다. 나는 당시 체력이 남아서 전력 질주 하듯이 들어왔다. 다음엔 멋진 포즈로 들어와야 겠다. 도착하면서 보니, 6시간 30분이 안된 거 같았다. 내 목표가 6시간 30분인데, 성공한 셈이다. 자세히 확인해 보니 6시간 23분대였다.  도착하니, 메달과 모자, 셔츠, 수건을 준다. 진짜로 완주한 사람에게만 주는 메달이다. 셔츠 뒤에 새겨진 피니셔도 진짜 피니셔이다. 서울마라톤에서는 미리 피니셔라고 인쇄된 티셔츠가 대회전에 집으로 배송되었는데, 여기서는 완주해야 준다.

 

완주를 하고 점심을 먹고 위해 배급을 받았는데, 오이냉국외에는 먹을 수가 없었다. 오이냉국만 한번 더 받아와서 먹었다. 결국 남은 음식을 버러야 했다. 차로 와서 옷도 갈아 입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자전거를 가지러 갔다. 피니시라인에는 아직도 도착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8시간이 넘겼지만, 완주했다는 기쁨에 모두 표정들이 밝았다. 어떤 사람들은 기록단축을 위해 출전한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철인대회를 통해 완주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다. 6시간 이내 들어온 사람들은 잘하는 사람들이고 많은 사람들은 6시간에서 6시간 30분대에 많이 들어왔다. 주로에도 내가 들어올 때 사람들이 눈이 띄게 줄어들었다. 6시간 30분이 넘어서면 처음 도전하거나 완주의 기쁨을 위해 도전한 사람들이다.

바꿈터에서 자전거와 짐을 찾아오면서 ‘꽁짜 점심이니 먹을까?’ 싶었지만 아무리 꽁짜라지만 배가 고프지 않아 그냥 왔다. 오늘 길에 좋은 자전거를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자전거가 좋으면 기록단축에 효과가 있나요?” 그분은 자전거를 바꾼 이후로 더 열심히 자전거를 탔고 그로 인해 기록단축이 되었다고 한다. 반드시 자전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내가 만약에 자전거를 바꾸고 싶다고 하면 아내는 당장 철인운동을 때려치라고 할 거 같다. 그냥 열심히 운동해서 체력을 기르는 수 밖에 없다.

내 생각에 고성대회는 전체적으로 선수를 위해 보급소와 응원 등 지원이 잘 되어 있었다. 참가비가 아깝지 않는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함께 와도 좋지만 혼자 와서도 지역주민의 응원을 받으면서 재미있게 대회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시 숙소로 가서 씻고 웻슈트와 경기복을 빨고 옷을 정리한 다음에 한숨 잤다. 오후 6시 30분에 일어나서 숙소 근처에서 물회집에 갔지만 2곳 전부 문을 닫았다. 결국 통영으로 건너가서 물회 한그릇 제대로 먹었다. 근처에 SS차저 충전소를 찾아 어느 정도 충전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내려올때 쌍화차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갈 때에도 금산휴게소에 들렀는데, 시간이 늦어 전부 문을 닫았다. 급속충전만 하고 집으로 오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2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오니, 집이 제일 편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 저기 카페에서 사진을 검색하다 보니 앞으론 대회에 출전해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잘 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사진도 잘 많이 잘 찍어준다. 나는 이번 대회에서 그냥 운동만 열심히 했다. 카메라 포즈를 취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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