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308/0000034779
- 국제사회의 ‘정치적 위선’이 중동 갈등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의미인가?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수호한다는 국가들이 사실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한국 외교부는 이란의 보복에 대해 두 줄 성명을 냈지만 이스라엘의 영사관 공습을 비판하는 성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친이란’이냐고 하는데, 학자로서 내가 배운 정의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무슬림이 아니고 천주교 신자라고까지 밝혔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 이란과 이스라엘은 어쩌다 적대관계가 되었나?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싹이 텄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원래 종교 문제가 아니었다. 아랍 민족주의와 유대 시온주의 간의 갈등이었다. 종교와 상관없이 아랍인들이라면 가슴을 뜨겁게 하는 문제였다. 그런데 이 문제가 갑작스럽게 종교적 색채를 띠게 된 것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부터다. 그 당시 이란이 혁명의 구호로 내세운 게 ‘억압받는 자의 해방’이었다. 이들은 세속주의에 억압받는 종교를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이슬람 정권을 세웠고, 그다음에 해방시켜야 할 당위의 국가가 팔레스타인이었다. 이란이 직접적으로 나서면 문제가 될 테니 프록시(대리인)를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만든 조직이 헤즈볼라다. 1982년 이스라엘 방위군이 레바논을 침공한 후였다.
-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긴장이 고조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는 또 다시 잊힐 위기에 놓였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팔레스타인 땅에 완전한 이스라엘을 복원하는 게 네타냐후 총리의 꿈이기 때문이다. 극우 정당과 연정 파트너를 맺으며 집권할 때부터 예견된 비극이었다. 다른 한편, 팔레스타인 문제는 더 이상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아랍 국가들의 첫 번째 어젠다가 되지 못한다. ‘아랍의 대의’라는 건 더 이상 없다. 경제는 경제, 전쟁은 전쟁 별개로 본다. 겉으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전쟁에 끼어들 생각도 없다.
- 중동의 평화를 위한 해법이 있을까?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지 않고 중동 평화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려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1993년 오슬로협정 때처럼 공존의 묘를 찾았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누군가 총대를 메고 나설 만한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을 보면 고통받았던 사람들이 왜 더 약자에게 고통을 줄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안타깝다. 물론 팔레스타인도 책임이 있겠지만, 평화는 힘 있는 자가 만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