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밭을 팔기로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대가를 받기 어려울 거 같아서 그냥 팔지 않기로 했다.
좁은 농막을 확장하고 싶은데, 새로 농막을 만들 공간 주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밭 가운데에 있는 농막이 있어서 밭이 좁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윗쪽으로 새로운 농막을 설치하면 공간적으로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을 거 같다.
문제는 윗쪽 암벽에서 계속 흙이 내려오고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깨끗하지 않아 보인다. 토지를 확장하기위한 것이 아니라 내려오는 흙은 막기 위해 보강토 공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작은 보강토는 34kg 정도로 혼자서 작업이 가능하다. 높이도 5단 정도로 쌓아서 경계를 삼고자 공사를 시작했다.
일단 보강토를 설치하기 위해서 기초까지 땅을 파야 하는데, 새로 구입한 곡갱이로 시도했는데, 암벽이 나와서 중단해야 했다. 기초까지 반듯하게 파내야 하는데, 갑자기 셀프공사는 불가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에 공사했던 설악중기를 찾아가서 상담을 했다. 반나절 정도만 포크레인을 빌려서 땅을 파고, 보강토를 트럭에서 내리기 위해 지게차를 빌리기 위해 물어봤는데, 쇄석도 필요하고 작업시 중간에 보강토 뒤면에 쇄석과 흙을 채워야 하는데, 혼자서는 불가할 거라고 한다. 보강토를 파레트에서 내려서 쌓는 곳까지 옮겨야 하는데, 장비없이는 불가하다고 한다.
일단 보강토를 주문했다. 총 18미터길이의 5단을 쌓기 위해 180장을 주문했다. 다음날 상단 1줄과 캡블럭은 진한 회색으로 변경했는데, 추가로 8만원이 더 들었다. 배송비도 28만원에 파레트 비용 까지 75,000원이나 든다. 디자인블럭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에 주문했는데, 홈피 가격보다 비싸서 물어보니, 제품이 다르다고 한다. 어쨌든 보강토비용으로 총 118만원이 들었다.

장비와 자재를 주문하고 난 뒤에 날씨를 확인하니, 갑자기 공사 당일이 영하의 날씨라고 한다. 물론 작업하는 시간에는 영상이지만 10도 이하의 차가운 날씨이다. 땅이 얼 정도는 아니라서 작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 같았다. 유튜브를 통해 셀프 공사하는 방법이나 절차나 관련 공구를 확인했다. 추가로 보강토망치, 쇠말뚝, 목수실을 주문했다. 목수실 사용법도 배웠다.
공사 당일 아침에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지 한번 더 고민했다. 최대한 벽으로 보강토를 붙여야 겠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암벽이 2군데나 되어 일자로 쌓는 것에 만족해야 겠다. 전에 설치해 놓은 작업위치를 기준으로 파내면 될 거 같았다.
7시 30분 정도되니, 보강토를 실은 트럭이 마을회관에 도착했다고 한다. 위치를 알려주고 올라오라고 했더니, 불가하다고 한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트럭 중간에 보강토 파레트를 고정해서 경사진 곳을 오르면 뒤로 짐이 밀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악중기에 전화해서 트럭이 빨리 도착했으니, 좀 더 일찍 와 달라고 했다.
마을입구에서 지게차로 경사진 곳을 어떻게 옮길지 암담했다. 보통 지게차는 바퀴로 작은데, 걱정이 들었다. 10분 뒤에 포크레인만 왔다. 지게차는 오지 않았다. 포크레인을 이용해서 지게차 앞에 파레트 포크 보조 덧발이라는 것을 끼워서 지게차 역할을 한다. 덕분에 경사진 곳도 쉽게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마을회관 앞 공간이 부족해서 좀 더 윗쪽에 있는 공터를 이용해서 보강토를 내렸다. 포크레인 기사가 아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아 잠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총 5개의 파레트를 옮기는데, 한 곳은 일부만 실려 있어서 추가로 끈으로 고정해야 했다. 덕분에 경사진 곳을 걸어서 3번이나 왕복해야 했다.
짐을 옮기고 공사를 시작했다. 먼저 작업내용을 설명했다. 향나무 2그루는 옮겨서 심고 나머지는 파내어주면 내가 나중에 심겠다고 했다. 보강토 1단을 땅에 묻을 거라고 좀 더 파내달라고 했다. 공사위치는 전에 목수실로 표시해 놨다.
향나무 2그루는 오른쪽 옹벽에 가까이 옮겨 심었다. 미리 옮길장소에 웅덩이를 판 다음에 나무 주변을 파내고 포크레인으로 떠서 새로운 장소로 옮긴다. 그리고 흙은 다진다. 포크레인이 정말 자기 손처럼 정교하게 작업을 한다. 경력이 오래되서 잘 하는 거 같다.
포크레인으로 파내니, 금방 작업이 끌날 줄 알았는데 사전에 파낸 흙을 평평하게 다지면서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했다. 그리고 암벽이 많아서 장비를 바꿔가면서 깎아냈다. 오른쪽 옹벽 작업시 기초부터 쌓아간 줄 알았는데, 중간부터는 암벽이 나와서인지 기초가 없다. 암벽이라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공사비까지 줬는데 내가 그런 얘기는 없다. 다음에는 내가 직접 공사를 감독하거나 직접 발주해야겠다. 옆집에 맡겨놓으니, 완전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꼴이 되었다. 내 땅으로 엄청 침범해서 도로를 만들지 않나.(나중에 민원을 넣어 해결했다.)
쇄석이 도착했는데, 위치를 지정하기 전에 기사 맘대로 입구 근처에 내리고 가버린다. 아내가 쇄석의 돌가루로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다고 해서 입구쪽이나 우물근처에 내리고 싶었는데, 포크레인 기사가 작업하기 좋은 곳으로 협의해서 내린 거 같다.
쇄석을 보강토 설치할 곳에 깔았는데, 왼쪽을 좀 더 깊게 파내어서 수평이 맞지 않는다. 왼쪽 부분에 쇄석을 추가로 깔아달라고 했다. 그래도 나중에 작업을 끝내고 수평계로 확인해보니, 왼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다. 자동수평계는 낮에는 쓸모가 없다. 저녁이 되어서야 녹색 라인이 보여서 공사를 끝내고 수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보강토 첫단을 쌓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우선 바닥의 쇄석을 수평에 맞춰서 잘 깔아 놓으면 작업이 수월하다. 그런데, 어떻게 쇄석의 수평을 맞출 수 있을까? 어쨌든 나는 쇄석을 이미 쌓아 놓은 보강토보다 조금 높에 깔아서 보강토를 올려 놓고 옆의 보강토와 높이를 먼저 맞추고 나머지 수평은 보강토 망치를 세게 쳐서 바닥을 다지면서 수평을 맞췄다. 이제 제일 수월한 방법이자 나름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1/3정도하고 나서야 이방법을 깨우쳐서 나머지는 조금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갈 수록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셀프로 하는 공사라서 나름 위안을 삼기도 했고, 보강토가 무겁고 힘들어서 어느 정도 맞으면 그냥 넘어갔다. 입안에침이 말라서 중간에 물을 마시러 가기도 했다. 입술에 수분이 부족해서 입술이 텄다. 결국 며칠 뒤 입술이 찢어졌다. 겨울철에만 입술이 트는 줄 알았는데 수분이 부족해서 입술이 튼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2줄 공사를 마치고 쇄석을 깔았다. 흙을 깔기 전에 쇄석을 깔고 흙을 깔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그러면 쇄석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냥 넘어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쇄석이 부족하더라도 맨 아래에는 쇄석으로 물길을 냈어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쇄석을 아끼다가 공사 끝나고나니, 쇄석이 많이 남았다. 포크레인 기사는 출입구에 쇄석을 깔아서 차량이 들어오기 쉽게하라고 한 거 같은데, 난 이곳을 최대한 밭으로 사용하고 싶다.

포크레인기사가 보강토 쌓기가 끝나고 높아진 바닥의 땅을 다시 긁어내서 옆집 땅과의경계에 둔덕처럼 쌓았다. 나는 혼자서 캡블럭을 마감하느라 작업내용을 몰랐는데, 괜한 작업을 한 거 같다. 옆의 땅까지 침범해서 흙을 쌓아서 나중에 다시 흙을 없애야 한다. 내가 바닥이 높아져서 걱정이라고 하니, 그렇게 쌓은 거 같다. 나머지 흙도 전부 오른쪽 벽에 붙여 놨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포크레인 기사는 시간이 초과되었다고 추가요금을 받아갔다. 포크레인기사가 일은 열심히 했는데, 보강토 뒤에 쇄석을 제대로 넣지않고 마지막에 흙은 쌓아 놓고 간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포크레인기사를 보내고 캡블럭을 혼자서 전부 씌웠다. 원래는 접착제로 고정해야 하는데, 재료가 없고 여긴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필요없을 거 같다. 뽑아 놓은 아로니아와 나무 2그루를 옮겨 심었다.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텐데. 뒷밭 가운데 있던 사과나무는 심지 않았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우선 남의 땅까지 쌓아놓은 흙더미를 전부 없애야 하고, 오른쪽 벽면에 쌓아놓은 흙도 없애야 한다. 연못 위치가 바뀌었고 그부분에 자갈이나 쇄석을 깔아서 제대로 연못을 만들어야 한다. 입구에 쌓아놓은 쇄석도 치워야 한다.
모든 작업을 끝내고 나니 한편으로는 뿌듯하다. 혼자서 180장의 보강토를 쌓았다는 것과 밭 모양이 제대로 되어 이젠 숲속 같지 않아 보인다. 추가로 농막설치는 천천히 해야 겠다. 다음날 다리에 알이 배겨서 혼났다. 왜 팔 보다 다리가 더 아플까? 생각해 보니, 힘들어서 주로 다리에 팔을 고정하고 보강토를 들어서 자리를 맞춰서 그런거 같다. 옮길 때에는 팔은 보강토를 몸에 바짝 붙여 고정하는 역할만 했지, 실제로는 다리힘으로 옮겼으니까.. 고생했다. 내 몸.
돌이켜보면 포크레인이 일을 잘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포크레인이 없었으면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었다. 다음에도 설악중기에서 포크레인을 이용해야겠다.











앞으로 모든 셀프공사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겠다. 너무 힘들다. 그만한 가치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냥 재미 삼아 하는 정도의 목공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