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는 심은지 120일 정도 지나면 수확이 가능하다. 고라니나 다른 이유로 고구마 잎이 잘 자라지 않았기에 고구마를 좀 더 키우기 위해 항상 심은지 5개월이 넘어서 수확을 했다. 하지만, 오래 놔두어도 작은 고구마가 더 크지는 않고 도리어 고구마가 썩는 경우가 있었다. 올해에도 여전히 고라니의 피해를 입었지만, 울타리 보강공사를 하고 나서는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았다. 날씨까지 좋아서 고구마가 잘 자랐다. 중간에 잡초도 잘 제거해서 고구마밭에 잡초는 없어서인지 고구마가 아주 무성하게 자랐다. 올해 5월초에 심었으니 120일이 넘었기에 한 고랑만 고구마를 캐보기로 했다. 일하는 김에 두 고랑을 팠는데, 고구마가 제법 크고 많이 열렸다. 수확해야 할 시기인 거 같아서 오전 중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점심을 먹고 고구마를 좀 더 캐기로 했다. 전체 10고랑 중에서 6고랑의 고구마를 캤다.
올해에는 아내가 고랑 가운데로만 고구마를 심었다. 그랬더니, 캐기도 수월하고 고구마도 크게 많이 열렸다. 생각보다 수확량이 많아서 박스 한개로는 다 담을 수가 없어서 바구니와 비닐봉투에 더 담아 왔다.
내가 만든 창고를 볼 때마다 너무 엉성하다는 느낌이 든다. 초반에 제대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간단하게 울타리 정도만 생각하다가 점차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지금 우리 밭에는 코스모스 천지이다. 농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전부 잡초일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스모스는 잡 뽑힌다는 것이다. 다음 번에 비가 오면 우비에 장화를 신고 잡초를 전부 뽑아야겠다.
이번에도 개미한테 엄청 물려서 왔다. 앉고 일하는 것이 없어서 손을 집으면서 일했더니, 손목에 집중적으로 물렸다. 지난번에 피부과에서 받은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연고가 있어서 발랐는데, 간지럽지 않고 효과도 바로 나타난다. 이틀만에 상태가 정말 좋아졌다. 하루에 한번씩 딱 이틀만 발랐다. 더 이상 바르면 부작용이 생길까 겁이 난다. 이 연고를 알기 전에는 일주일 이상 간지러서 고생을 했다. 다음엔 긴 장갑을 사서 손목에 물리지 않게 해야 겠다. 안되면 고무장갑이라도 끼고 일해야 겠다. 긴 장화는 효과가 좋다. 신거나 벗기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비가 와서 땅이 질퍽해도 괜챦고 개미가 있어도 장화가 길어서인지 안전하다.
집에 와서 발코니에 종이박스를 펴고 고구마를 깔았다. 일주일 정도 말려야 올 겨울까지 상하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다. 하루 정도 말린 상태에서 작은 고구마 4개를 구었다. 고구마가 아니라 밤맛이다. 이번에 심은 품종은 꿀고구마이다. 내가 딱 좋아하는 밤고구마 맛이다.
2021.10.12(화)
지난번 수확시 고구마가 다 익은 것을 확인한 이후 비가 더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벌레가 먹거나 비가 와서 상하지 않을 때 캐야할 거 같다. 지난 주말 시골에 다녀와서 피곤했지만, 쉬는 날 혼자 밭에 가서 나머지 고구마를 캤다. 남아 있는 고랑이 4개인 줄 알았는데, 3개 고랑이었다. 총 9개 고랑에 고구마를 심은 것이다. 첫번째 고랑에서는 지난번처럼 수확량이 많았다. 하지만 5~6월에 고라니 피해을 입은 나머지 고랑에서는 고구마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황당한 것은 마지막 고랑에서 엄청 큰 돌만 잔득 나와서 고구마를 심었더니, 돌로 변해서 엄청 커졌나 싶었다.
오전에 아내를 출근시키고 큰애에게 택배 포장을 해서 보낸 다음에 밭에 왔더니, 피곤하다. 급하게 오려고 짐을 베낭에 넣어 놓고선 그냥 왔다. 오자마자 난로를 피우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일하다 배가 고프다고 중간에 밥 먹기 귀챦아서 그냥 미리 밥을 먹고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 간 반찬이 없어서 고추참치를 반찬으로 먹었다. 난로의 화력이 좋아서 금방 더워진다. 결국 창문을 열고 난로를 핀 셈이다. 올려놓은 주전자가 금방 물이 끓어 향이 좋은 설록차 한잔 마셨다.
난로를 오랜 만에 사용하는 거라 걱정이 되었다. 처음에 미리 환풍기를 돌려서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한 다음에 펠릿을 한 움큼 손으로 쥐어서 넣은 다음에 토치로 가열을 한다. 그러면 불꽃이 아래로 향하면서 타면 약 30초 정도 토치를 돌려가면서 펠릿에 골고루 불이 붙도록 해 준다. 그 다음에 펠릿통을 난로 위에 올려 놓고 환풍기를 끄면 된다. 처음에는 불꽃이 약해지는데, 너무 약해지만 환풍기를 약하게 조금 틀면 불꽃이 세진다. 환풍기 바람이 세면 펠릿이 밑으로 떨어진다. 5초 정도 있다가 환풍기를 끈다. 다시 불꽃이 약해지만 반복해서 환풍기를 여러번 껐다가 켜면 펠릿에 완전히 불이 붙는다. 환풍기를 끄면 불꽃의 세기가 약해지지만 완전히 펠릿에 불이 붙으면 불꽃 모양이 커지면서 화력이 세진다. 그러면 연통 밑에 있는 바람세기 조절밸브를 조금 조정해 준다. 그리고 연소를 중단해야 겠다고 생각하면 펠릿통을 막으면 된다. 다만 마지막에 다시 환풍기를 틀어야 연기가 실내로 나오지 않는다.
이번에도 고구마를 캐다가 개미한테 두 방을 물렸다. 물린 게 아니라 피부가 민감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일종의 풀독이 아닌가 싶다. 개미가 두방만 물고 물러갔을니 없을 거 같으니. 미리 주문한 긴목장갑이 저녁에서야 도착해서 사용할 수 없었다. 또한 미리 준비한 팔토시도 베낭을 집에 놓고 오는 바람에 착용할 수 없었다. 이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엄청 간지럽다.
고구마를 캐고 있는데, 아랫집 아줌마가 와서 고구마순을 조금 달라고 해서 뜯어가라고 했다. 난 귀챦아서 조금만 뜯어 왔는데, 아내에게 혼났다. 일년 동안 먹을 고구마순이라서 많이 뜯어오길 바랬다 보다. 하지만 아내는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에 와서 며칠동안 고구마순을 다듬는 것을 보니, 안쓰러워서 조금만 뜯어 갔다. 실은 그게 조금인지는 몰랐다. 그리고 자색으로 된 긴 줄기만 뜯다 보니 그정도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구마를 캐는 중간에 했더니, 피곤했다. 실제로 고구마도 나중에 캔 곳에서는 호미로 상처가 많이 났다. 밭에 깊이 있는 큰 돌맹이를 캐다 보면 힘들어 지치게 된다. 돌을 골라내는 장비로 한번 엎어버리고 싶다.
고구마를 다 캐고 나서 흙을 털어서 박스에 담고 마무리를 하고 나니, 3시 30분 정도 되었다. 고속도로 사정도 나쁘지 않아서 약간 여유가 있다. 지윤이 자취방에서 가져온 에스프레소 머신을 꺼냈다. 설치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긴 의자에 올려놓고 커피를 내렸다. 간만에 사용하다 보니, 포타필터를 90도 이상으로 돌여야 하는 걸 깜빡 했다. 포타필터 캐스킷을 갈아야 할 때가 되었다. 첫 잔을 실패하고 두번째는 더블샷으로 내렸다. 이머신에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 맛은 좋다. 브레빌이 편리해서 집에서 사용하지만 커피 맛을 가찌아 머신이 더 좋은 거 같다.
집에 오자마자 고구마를 발코니에 펼쳐 놓았다. 잘 건조를 해야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단맛도 생긴다고 한다. 날씨가 좋으면 일주일이면 되는데, 요즈음 처럼 흐린 날은 좀 더 놔둬야 겠다.
올해 고구마 농사는 이로써 끝났다. 하지만 윗 밭에 토마토는 아직도 익어가고 있다. 그리고 고구마 밭 옆에 호박이 맛있게 익어간다. 농사일의 가장 힘든 것은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지만, 농작물이 익어가는 것을 보면 재미있어 진다. 무리하지 않고 덧밭 수준으로 일하면 될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