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준비
작년에 중개사사무소에 가서 최근에 바뀐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얘기하다가 사장님이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거 같은데, 한살이라도 젊었을때 공인중개사 시험을 보라”고 권했다. 생각해보니, 아버지도 70세 즈음에 공부를 하셔서 합격을 하셨다. 중간에 수학공식을 내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어렵게 공부하셨던 기억이 났다. 나는 혹시 나중에 쓸지도 모르니, 시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올해 3월에 에듀윌 인터넷 강의를 신청을 했다. 1년치 강의는 70만원, 2년치는 80만원, 평생회원은 90만원이었다. 평생회원을 하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을 거 같아서 2년 회원으로 가입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매년 10월 넷째주 토요일에 1, 2차 시험을 동시에 치른다. 아무래도 1, 2차를 동시에 시험보기에는 준비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서이다. 올해는 2과목만 공부해서 1차 시험만 보기로 했다.
인터넷 강의를 등록하고 3개월 동안 강의를 듣지 않고 있다가 6월에서야 기초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공인중개사학 개론 강의는 너무 일반적이 내용이라 재미도 없었고, 강사가 가끔 쓸데없는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시간만 낭비하는 거 같았다. 더우기 중요한 부분은 대충 설명하고 쓸데없는 부분만 여러번 강조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직도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강의하는 것을 듣고서 기분이 나빠서 학개론은 거의 듣지 않았다. 쉬는 토요일에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문을 열때부터 3시간 정도 기초서를 읽었다. 그것으로 기초과정을 끝냈다.
에듀윌 강의는 기초-기본-심화-문제풀이-마무리 과정순으로 진행된다. 마무리를 제외하고는 2~3개월 과정이다. 즉 1년동안 공부할 수 있게 과정이 되어 있다. 기초가 없으면 기초과정부터 들어야 하지만 어느 정도 기본이 있거나 시간이 없으면 심화부터 들으면 된다고 한다. 즉, 기초과정에서 개념을, 기본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심화 과정에는 어려운 부분까지 마짐없이 강의를 한다. 문제풀이 과정에서부터 문제를 풀면서 어떤 식으로 출제가 되는 지 확인하기 때문에 문제풀이 과정부터 실력이 늘어난다고 한다. 즉 개념으로 공부하다가 문제풀이를 통해 어떤 식으로 문제가 나오는 지 알기 때문에 이론 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고 한다. 마지막 달에는 마무리 특강을 통해 빈출문제 위주로 공부하게 되어 있다. 난 학개론은 중간중간 강의를 듣다가 아예 강의 없이 책으로 공부하다가 마지막 마무리특강만 틀린 문제 위주로 들었다. 하지만 민법은 거의 대부분의 강의를 들었다. 대신 따로 복습을 하지 않아 금방 잊혀졌다.
민법의 인터넷 강의는 재미 있었다. 민법은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례를 가지고 설명을 하기에 재미있었다. 만약에 강의를 듣지 않고 책만 봤더라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법 조문이 너무 이해가 되지 않고, 법률용어도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강의가 1년 과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동영상 강의를 듣는 것도 분량이 많았다. 인터넷 강의를 듣고 책을 봐야 하는데, 그냥 듣기만 했다. 대신 강사님이 나올때마다 반복해서 설명을 해 줬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기억에 남았다. 난 고등학교에서 민법을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법 중에서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부분에 대해서 적어도 1년 정도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부동산 임대차나 매매 등은 큰 돈이 들어가면서 우리는 사전 지식 없이 거래를 하게 된다. 그래서 의무교육인 고등학교 과정에서 민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험공부
시험을 한달 남겨 놓고 급한 마음이 들었다. 동기 부여를 위해 주변에 시험을 본다고 얘기를 했는데, 떨어지면 쪽팔릴 거 같았다. 철인3종 경기대회를 마치고 난 다음날부터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공부를 하지 않아 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펼쳐도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고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한번은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송파도서관이 쉬는 날이었다. 결국 버스타고 스타벅스에 가서 3시간 정도 집중해서 공부한 적도 있었다. 초반에 공부가 되지 않아 스타벅스에 두번 갔고 근처 카페에도 한번 갔었다. 하지만 주변의 소음이 집중을 방해했다. 정말 돈 아까워서 참고 견디다가 왔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은 시험이 가까이 오자 해결이 되었다. 약 3주를 남겨 놓으니, 책상에 앉으면 바로 집중할 수 있었다.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고 해서 문제를 풀었더니, 내 실력이 나오기 시작했다. 20~30점대 점수가 나오자 마음이 급해졌다. 모의고사를 풀고나서 답을 맞추면서 해당 부분을 다시 공부했다. 그렇게 하면 과목당 하루가 꼬박 걸린다. 기본이 제대로 공부가 안되어 있어서 그렇게라도 해야 이해가 되었다. 마지막 2주를 남겨 놓고 50점을 넘기기 시작했다. 마지막 달에는 문제만 보라고 했는데, 기본이 안되어 있어서 문제를 풀고 나서 정답을 맞추면서 해당 부분을 다시 봤다. 민법은 대충이라도 거의 모든 강의를 들었다. 마무리 특강을 전날에서 들었다. 시간이 없어서 중간중간 들어야 했다.
마지막 주에는 2일을 휴가냈다. 도대체 걱정이 되어서 안될 거 같았다. 휴가낸 날에는 송파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첫날은 잘 되었는데, 둘째날은 집중이 되지 않아 집에 왔다. 감기 기운이 있는 거 같이 기침이 나오고 목이 아팠다. 난 피곤하면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잠을 자야 했다. 집에서 공부하다가 안되면 잠깐이라도 자고 나면 머리가 나아졌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몸이 피곤하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 시험 전날에 학개론 전년도 문제를 풀었는데, 생각보다 쉬웠다. 물론 이번에 전년도 시험을 기준으로 교재가 준비되어 그런 거 같았다. 민법은 100제를 풀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특히 민법을 주제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항상 시간이 부족했는데, 정리된 문제를 보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시험 당일에 학개론 공식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더우기 전날 100제를 전부 풀었는줄 알았는데, 뒷부분을 풀지 않아서 시험 당일 아침에 답을 적고 외웠다.
시험당일
시험을 보는 곳은 집 앞에 있는 중학교였다. 시험 신청 당일에 에듀윌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험을 보려면 빨리 접수해야 한다고 해서 당일에 급하게 신청했다. 사진이 없어서 핸드폰으로 대충 찍어서 올렸다.
학개론 시험은 앞부분은 쉬웠다. 하지만 뒷부분을 갈수록 어려웠다. 계산문제가 나왔는데, 시간이 걸릴 거 같아서 그냥 넘어갔다. 민법 문제까지 풀고 나니 15분이 남았다. 그래서 OMR카드에 답을 옮겨 적었다. 풀지 않은 계산문제를 풀려고 했는데, 5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전부 3번으로 찍었다. 다행히 1문제는 맞았다.
집으로 와서 인터넷으로 가채점 결과를 확인했다. 문제지를 가지고 나올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적혀 놓은 답을 자동채점 사이트에 입력했는데, 평규 35점으로 불합격이라고 떴다. ‘설마!’ 하면서 보니, 학개론인 0점이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거 같아서 다시 입력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작은애가 직접 입력해 보겠다고 해서 입력했는데도 0점이다. 이번에는 아내가 학개론에서 자신있는 문제 2개만 확인하자고 했다. 그런데, 자신 있는 문제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 2문제가 전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ㄱ, ㄴ, ㄷ 순서가 바뀌었다. 그리고 다른 문제도 착각했다. 갑자기 정말로 학개론이 0점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기운이 빠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했는데, 어떻게 출근해서 고개를 들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내년 동차를 위해서 학개론과 민법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밀려왔다. 카톡으로 에듀윌에 혹시 가채점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답변이 없었다. 다른 사이트에 답이 올라 온 것이 있나 검색했는데, 자료가 없었다. 다행히 조금 있으니, 가 답안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답을 하나씩 맞춰보니, 62.5점이었다. 그제서야 한숨을 놓았다. 아내는 가채점 답안이 잘못된 것일수도 있으니, 민법도 직접 답을 맞춰보라고 했다. 민법을 맞춰 봤는데, 다행이 점수는 같았다. 다행이었다. 가채점 결과이지만 이대로 믿고 싶다.
에듀윌이 나를 들었다 놨다 했다. 처음에 아내가 0점 받았다고 놀릴 때만 해도, 속으로 ‘설마 0점이겠어?’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쉬운 문제 2개가 틀리니 갑자기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때 아내가 내 얼굴을 봤는데, 실망하는 게 보였다고 한다. ㅎㅎ
내년 2차 시험은 정말 미리미리 준비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 그리고 급하게 하는 버릇 좀 고쳐야 겠다. 항상 벼락치기인데, 이번에도 초치기를 했다.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라서 걱정이다.
2019.11.27 추가
최종 결과가 나왔다. 겨우 합격점수를 넘겼다. 좋은 말로 효율적으로 공부했다는 얘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