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라톤 참가 후기(서울마라톤)

2024.3.17(일)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작년 여름부터 철인동호회에 가입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열심하는 것을 보고 나도 자극을 받았다. 동호회에 올라온 대회 정보와 참가후기를 보면서 나도 마라톤대회를 신청했다. 얼리버드 신청인데, 당첨이 되었다. 마라톤 대회는 기록을 제출하지 않으면 참가할 수 없다. 참가자의 건강을 염려해서이다. 하지만 얼리버드는 대회 6개월 이상 남은 기간이라 그동안 준비하면 가능하기 때문에 얼리버드 신청자는 기록 제출 없이도 참가할 수 있다.

11월에 JTBC마라톤이 끝나고 사내에서도 마라톤 관련 얘기가 많아져서 나도 운동을 해야하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동안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잊고 지냈는데, 이젠 어떤 식으로든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에 진행하는 동호회 훈련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수시로 동호회 까페에 방문하여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서 반성했다.

올해 첫날에 20.24km를 달리는 것을 시작으로 격주로 장거리 훈련을 통해 거리를 늘렸다. 하지만 28km 목표로 달리던 날에는 통증으로 27km 지점에서 멈춰야 했다.  그 이후로 병원에 다니면서 회복하느라 장거리는 달릴 수 없었다.  대회를 3주 남겨놓고 참가한 32km 시즌오픈 챌린지레이스에서는 27km 지점부터 걷어야 했다. 체력이 방전되어 특별히 아픈 곳도 없는데, 뛸 수가 없었다. 조금 걷다가 회복되면 다시 뛰는 것을 반복했다. 운동량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다. 부족한 체력에 초반에 평소보다 빨리 달려서 더 빨리 방전된 거 같다.

챌린지레이스 대회의 참가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절대 오버페이스를 하면 안된다는 것과 운동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오른쪽 슬개건염은 어느 정도 나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젠 부상 걱정 없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일주일에 4일 정도 아침마다 10km를 달렸다. 대회 2주 전에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20km 지속주를 한 것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시켜줬다. 이후 장거리를 뛰진 않았다.  대회 전에 운동량을 줄어야 하는 테이퍼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회 2주전부터는 장거리를 달리지 않았고, 대회 일주일 전에는 카보로딩을 했다. 대회에서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은 것은 카보로딩의 효과도 있는 거 같다.

대회 6일 전 아침에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서 체력을 소비했다. 그리고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 않았다. 평소 단백질을 많이 먹지 않아 무엇을 먹어야 할 지 잘 몰랐다. 그래서 우선 계란과 두부를 먹었다. 그리고 오리훈제, 불고기, 돈까스 등을 먹었다. 카보로딩 2일째 아침에 달리고 났는데, 두통이 심하다. 그래서 밥을 조금 먹었다. 3일동안 탄수화물의 섭취를 정말 최소로 했다. 이렇게 탄수화물을 안 먹어보기도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4일째부터는 정상적으로 식사를 했다. 근데, 점심에 회사에서 삽겹살데이를 한다고 식당에서 직접 고기를 구워서 무제한 리필을 한다.  저녁에는 회식까지 잡혔다. 53도가 되는 독한 화요소주까지 먹어서 결국 그날 저녁에 취해서 집에 갔다. 다음날에는 정상적으로 식사를 했다. 마지막 날에는 탄수화물을 집중적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직장 동료가 삼계탕을 사준다고 한다. ㅋㅋ 아무래도 탄수화물을 더 보충해야 할 거 같아서 8시 30분에 퇴근해서 수제비를 먹으러 갔다. 근데, 양이 너무 많다. 또한 마지막 날에는 이온음료나 물을 많이 마셔야 한대서 물도 엄청 먹었다.

결국 다음날 아침에 속이 더부룩해서 안좋다. 대회 시작전까지도 에너지음료를 조금씩 마셨다. 대회 출발 직전에 결국 화장실을 찾아서 근처 빌딩을 찾아다녀야 했다. 또한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달리는 중간에 근처 건물 화장실을 찾아 다녀야 했다. 그래서야 몸 상태가 편안했다. 결국 카보로딩은 평소대비 초반에 탄수화물을 조금 줄이고 후반에 조금 더 늘리면 될 거 같다. 그리고 전날 저녁부터 소식해야 한다. 물은 대회 전날 평소보다 한 두 컵 정도 더 마시는 정도로 해도 될 거 같다. 대회장에 급수는 잘 되어 있으니까. (철인대회에서는 조금 상황이 다를 거 같다.)

대회날 아침에 호박죽을 먹었는데, 너무 달아서 절반도 못 먹었다. 대신 카스테라를 조금 먹고 바나나도 한개 먹었다.

대회 전날까지도 마라톤 복장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대회날 새벽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 영상 10도 정도에 출발해서 대회 끝날 무렵에는 12도 정도 될 거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평소 복장을 하라고 한다. 나는 새벽에 주로 운동하기 때문에 긴바지에 긴팔, 바람막이 까지 항상 하고 달린다. 그래서 운동 끝나면 땀으로 범벅이 된다.  고민하다가 결국 대회 복장은 반팔에 반바지로 결정했다. 나는 추위를 타는 편이라 추가로 팔토시와 흰 장갑을 준비했다.  팔토시는 전날 찾아보니 없다. 다행이 대회장 주변에서 팔토시를 5천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흰장갑은 회사에서 하나 챙겼다. 출발 전까지 일회용 우비를 입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대회 복장에 긴바지와 긴팔을 추가로 껴입고 겨울잠바를 입고 대회장으로 출발했다.  여차하면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뛰어야 하니까. 7시까지 도착하는 게 좋은 거 같아 6시 전에 출발했다. 지하철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대회 참가자들이다.  풀코스 뛰는 사람만 2만명이라고 한다.  광화문역에 도착하니, 지하철내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테이핑을 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광화문 일대는 사람들이 많아 이동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나도 미리 준비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다시 지하철역으로 들어와서 대회복장으로 준비하고 테이핑도 마쳤다.  우비를 입고 짐을 맡기러 갔다.  32호차인데, 짐을 맡기기 위해서 한참 동안 줄을 서야 했다. 늦게 출발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거라 짐도 늦게 맡기는 거 같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까지 맡겨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다. 동호회 모임장소로 가야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조금 늦게 갔지만 아직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짐을 맡기고 광화문역 4번 출구 앞 KT건물앞으로 갔다. 동호회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바로 KT건물 화장실로 갔다. 사람이 많아 겨우 소변만 보고 나왔다. 건물 앞에서 스트레칭을 조금 하고 가볍게 뛰면서 출발장소로 갔다. 역시 이동하는데 엄청 오래 걸렸다. 아무래도 속을 비워야 할 거 같아 광화문 지하 주차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입구부터 많다. 차라리 멀리 가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이동하다 보니, 종교교회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래서 나도 그 건물에 가서 속을 비우고 나왔다. 교회 건물이라 그런지 입구 경비 할아버지도 친절하다.

대회 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사람들은 G그룹이며, 전부 얼리버드로 신청한 사람들이다.  G그룹은 제일 마지막에 출발한다. 초반에는 도로폭이 넓어 혼잡하지 않았다. 내 목표대로 도착하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은 추월해야 하는데, 도로의 폭이 좁은 곳이 있고 꺽어지는 곳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어 추월하기 힘들다.  초반에 무리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달렸는데,  그게 내 페이스가 되어 버렸다. 당초보다 약 10초 정도 늦은 페이스로 달려야 하고 추월하기 위해 좌우로 달렸더니, 가민시계의 기록은 42.7km를 달린 것으로 나온다.

10km가 넘어가니, 계속 물을 마셔서인지 화장실이 가고 싶다. 중간에 빠져나왔는데, 건물 입구가 잠겨 있다. 두번째는 선수들이 나오는 건물로 들어갔더니, 입구 근처에 바로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을 들렀다가 나오니 그제서야  컨디션이 좋아진다. 이젠 달릴만 하다. 페이스가 다른 무리들과 함께 뛰다보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늦어진다. 다시 페이스를 맞추려면 좀 더 빠르게 달려야 한다.

중간중간에 동호회 회원 들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화이팅을 외쳐준다. 심지어 어떤 회원은 달리는데 갑자기 다가와서 에너지젤을 주고 가기도 한다. 정말 동호회 응원이 없었으면 완주하기 쉽지 않았을 거 같다. 동호회에서 매주 행사를 만들어 참여할 수 있게 해 줬고,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달리는 훈련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늦게 출발해서 중간에 나눠주기로 한 에너지젤을 받을 수 없었다.  분명히 참가선수 인원수대로 준비했을텐데, 우리 그룹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중간중간 시민들도 응원을 해주고, 정말 코스 주변은 축제분위기였다. 공식 보급품 외에도 동호회에서 준비한 보급품도 선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30km넘으니 왼쪽 무릎과 고관절 부근이 아프기 시작한다. 뿌리는 파스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기만 하면 무조건 가서 뿌려달라고 부탁하면서 갔다.  많은 서포터가 있었고 파스를 많이 들고 있어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파스 좀 뿌려달라고 했더니, 외국인이다. 그래도 알아듣고 파스를 뿌려준다.  정말 500미터마다 수시로 뿌린 거 같다.  3km 정도 남은 잠실대교에서 하도 아파서 스트레칭을 했는데 효과가 파스보다 훨씬 낫다.  생각해보니, 장경인대가 뭉쳐서 유연하지 못해 뼈와 연결된 부분에서 통증이 발생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잠실대교 초입에서 작은 플라스틱 병에 든 것을 나눠준다. 받은 사람에게 물어보니 꿀이라고 한다. 조금 지나서 다시 작은 병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하나 받아 먹었는데,  그냥 맹물이다.  꽁짜를 좋아하면 안되는 것이다.

목표로 한 4시간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통증외에는 크게 지치지 않아 힘들지는 않은 대회였다.  대회 출발 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지 못한 게 통증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다음에 조금 더 일찍 가서 짐도 맡기고 충분히 몸을 풀어야 겠다.

이번 대회는 결승선이 경기장 안이 아니라 경기장 입구 도로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전에 비해 청계구간 코스가 길어진 거 같다. 이전 대회 후기에서는 지친 선수들이 마지막인줄 알고 경기장 입구에 도착했는데, 다시 트랙을 돌아야 하느라 힘들었다는 후기를 봤다. 이번엔 생각했던 곳보다 결승선이 가까이 있어 좋았다. 도착을 했는데, 스마트폰이 없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마중 나오기로 한 둘째도 안보인다.  빨리 짐을 찾아서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심정으로 주변을 더 찾아보지 않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완주보급품과 기념메달을 나눠주고 있었다.

  

짐을 맡기면서 시간이 오래 걸려서 불만이었는데, 찾을려고 줄을 섰을 때에는 앞에 4명밖에 없다. G그룹내에서는 내가 빨리 도착한 셈이다. 다른 차량들은 40분이상 걸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짐 찾는 입구 근처에서 둘째를 만났다. 늦어서 내가 결승선에 도착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둘째는 도착하는 피니쉬라인까지 가지 않고 버스에서 내려 바로 내게로 온 것이다. 만난 곳 근처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왔는데, 차라리 결승선까지 가서 사진 몇 장 더 찍을 걸 그랬다. 오늘 길에 지하보도 계단을 내려갈 때도 힘들거나 아프지 않았다. 통증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달려서인가 보다.

결승선 근처에서 응원해준 동호회 사람들과 도착한 다른 선수들이 결승선 근처에 있을 텐데, 찾아보지 못하고 그냥 와서 미안했다. 둘째를 만나서 맛있는 거라도 사주려고 나오다 보니, 방향도 달라서 나중에서야 생각이 났다. 나중에 고마움을 표시해야 겠다.

집에 와서 한 숨 자고 났더니, 온 몸이 아프다. 다음날에는 통증이 있었던 장경인대 때문에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다. 그 핑게로 하루종일 집에서 쉬었다. 전에 장경인대 아플 때에는 며칠 쉬면 나았기에 이번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쉬기로 했다. 몸도 회복해야 하니까.


운동화

대회때 신을려고 구입했던 운동화를 신지 않고 기존 운동화를 신고 갔다.  오래 신어서 발볼이 넓어진 상태라서 발이 편해서이다. 보통 운동화 교체주기가 500km라고 하니, 교체주기가 지난 운동화를 신고 간 셈이다. 그래서인지 30km지점을 넘어서 발을 딛을 때마다 장경인대 통증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내의

대회 직전에 구입한 언더아머 반바지는 안에 속바지가 붙어 있다. 즉 팬티 없이 입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싱글렛이라고 하는 소매 없는 반팔상의는 안에 메리아스를 입지 않는다. 오래 입었던 사람이 아니면 반창고나 보호용 테이프를 조금 짤라서 가슴에 붙여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중도 포기한 사람이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가슴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항상 내의를 입고 운동복을 입는다.

양말

대회 직전에 아내의 허락을 얻어 대회용 양말을 샀다. 대회 전에 한번 신었는데 너무 두껍고 뻣뻣하다. 몇 번을 더 신어봐야 될 거 같아서 평소에 신던 양말을 신고 갔다. 아마존에서 6개 세트로 산 양말인데, 정말 좋다. 추가로 같은 브랜드로 여름용양말도 주문했다.

모자

대회를 위해 모자도 구입했다. 헤어밴드와 모자사이에 고민하다가 “CEP 런 바이저캡”을 주문했다. 즉 캡모자에서 머리 위가 없는 것이다. 헤어밴드처럼 땀이 흐르지 않게 해주면서 햇빛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머리에 발생하는 열기는 차단 시켜준다. 달리는 도중에는 뜨거운 햇살을 차단하는 것보다는 열기 배출이 더 중요할 거 같다. 이번 대회에서 사용했고 땀은 거의 나지 않았지만 햇살을 가리는 용도로 아주 효과적이었다.

선글라스

가방에 넣어 대회장에 가져갔지만 흐린 날씨라서 사용하지 않았다. 좋은 사진을 위해 선글라스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사진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안 썼다. 하지만 여름 날씨에 참가하는 대회에서는 꼭 써야 한다.

주법

유튜브에서 본 대로 팔을 구르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래야 무게중심이 위에 있다고 한다. 팔치기는 뒤로 치는 데 더 신경을 썼다. 팔이 뒤로 갈때에는 90도가 되도록 했다. 레이스 도중에 리듬을 주려고 하다 보니 무릎에 하중이 많이 가서 리듬보다는 가볍게 뛰려고 노력했다. 착지도 가능한 포어풋 형태의 미드풋을 하려고 했다. 포어풋 자세라서 종아리가 좀 더 땡긴다.


나도 5,000원 내도 돈 주고 사진을 한 장 내려 받았다. 나중에 사진 알바나 할까?

One Comment

  1. 스마트칩 사이트에서 제공된 기록이 잘못 되어 있었다. 최종 기록은 맞지만 30km이후 구간에서 페이스가 잘못 되어 있었다. 며칠 뒤에 확인해 보니 제대로 수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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