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마라톤 후기

드디어 마라톤 대회를 걷지 않고 뛰어서 완주했다. ㅎㅎ

그동안 2번의 동마와 구례 풀코스에서 모두 걸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걷지 않기”였다. 구례에서 왼쪽 무릎이 아파서 제대로 달리기 연습을 못해서 기록 단축 보다는 완주를 목표로 걷지 않는 걸로 했다. 그런데, 오프로드의 준호씨가 서브4가 가능할 거 라고 희망을 줘서 속으로 서브4도 기대했다.

요샌 보급이 워낙 잘 준비되어 카보로딩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전날 저녁을 일찍 먹고 고구마로 카보로딩을 했다.

대회장에 주차가 불가해서 주변 주차장을 찾다가 후진해서 다시 나오고, 다른 곳에서도 주차공간이 없어서 결국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도로변에 주차했다. 차에서 내릴때 반바지가 추워서 다시 긴바지로 갈아 입고 우비 입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하니 기온이 점차 올라서 나중엔 18도 가까이 되어 더워서 혼났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8시 40분이다.  화장실 줄이 길지 않아 화장실에 들렀다가 운동장으로 나오니 출발 10분전이다. 대회장에서는 지역 국회의원와 관계자 들이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다. 지들이 한게 뭐가 있다고 이런 행사에 나타나서 축사를 하는 지 모르겠다. 대회 준비 비용은 우리 공단에서 다 내고 있는데.

​운동장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운동장 안에 선수들이 모여 있으니,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번 대회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다. 이곳 운동장에서 출발하고 다시 이곳으로 오면 된다. 진짜 대회에 참가한다는 느낌이 난다.

초반 2키로부터 4시간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다녔다. 나도 모르게 4시대 페이스메이커 그룹 앞으로 나선 적도 있지만, 천천히 달리며 그룹을 추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강을 따라 달리는 코스인줄 알았는데, 자유로 차량 통행로의 한 방향을 막고서 달리는 거라 노면은 좋았다. 그리고 약간 언덕이 계속 있었는데, 초반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4시간 페이스 메이커를 담당하시는 분이 2분 정도 여유를 있게 도착하려고 한다고 알려 준다. 실제로 21km 지점을 1시간 58분에 통과했으니, 계획대로 달린 셈이다.

문제는 내가 35키로 지점부터 처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언덕이 힘들다는 느끼지 않았는데, 터널을 지나 올라가는 길에 낙오되었다. 그런데, 30초 뒤에 다른 4시간 페이스페이커가 달려간다. 4시간 페이스페이커가 2명이였나 보다. 두번째 페이스페이커는 더 빠르게 느껴진다.  따라가려고 했지만, 결국 보냈다.

올 동마때 너무 추워서 저체온증으로 고생했는데, 이번엔 아주 덥다. 힘들지 않을 땐 몰랐는데 ..

이때부터 다양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 힘든 걸 왜 하나?’

‘이런 건 운동선수나 하는 거지.’

‘젊었을 때 운동하는 거지, 나이들면 하프만 뛰어야 하는 거 아닌가?’

별 생각이 다 들면서 아내도 보고 싶어진다. 그냥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중간에 보급터에서 바나나를 먹었는데, 바로 뱉어냈다. 물 외에는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는다. 40키로가 넘어가자 다리에 쥐가 나려고 해서 중간에 멈춰서 스트레칭을 몇 번 했다. 잠깐이라도 쉬고 싶어서.ㅋㅋ

막판 운동장이 보이는 구간이 제일 힘들었다. 차도에서 혼자 달리는 거 같이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진다. 가끔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었다. 운동장에 들어오는데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갑자기 대회 분위기가 확 났다. 그동안 아픈 기억도 전부 잊어버릴 정도였다.

보급품을 받고 잠깐 운동장에 앉으려는데, 다리가 엄청 아프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달린 모양이다.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데, 너무 멀게 느껴진다. 올때는 워밍업하면서 와서 금방이라 생각되었는데, 몸이 피곤하니 걷기도 힘들다.

차에 도착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근데, 핸드폰에 도착한 기록을 보니, 더 아쉽다. 3초만 빨리 뛸 걸.

아니, 무슨 기록이 백분의 1초까지 알려주는 지 모르겠다.  ㅋㅋ

4시간 16분 -> 10분 -> 0분

내 마라톤 기록이 아주 조금씩 갱신되고 있다. 다음엔 꼭 제대로 준비해서 서브4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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