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의 가을

지난 주 TV에서 오대산의 단풍이 절정이라고 소개하는데 산이 온통 울긋불긋해서 정말 장관이었다. 절정을 하루 넘겨 비가 오는 월요일에 오대산으로 향했다. 평일인데다 비까지 오니 등산객이 거의 없어 차도 막히지 않아 월정사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월정사 주차장에는 관광버스와 승용차만 몇 대 있을 뿐 한산했다.

월정사는 큰 집에 온 거 같이 넓고 화려했다. 대웅전 앞에 있는 팔각9층석탑은 오랜 역사를 묵묵히 내려다 보는 거 같았다. 대화만 할 수 있다면 많은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줄 거 같았다. 주변에 아름다운 단풍으로 둘러 쌓인 산세랑 잘 어울렸다. 주변에 강이 흘러 운치를 더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전날까지의 축제로 산사의 조용함은 덜했다. 주변에 안내판과 헝겁으로 된 작품들은 인공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절 앞에 있는 전나무숲은 월정사에서 입구까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인도로 되어 있었다. 도로의 양옆에는 오래된 전나무로 둘러 쌓여 깊은 산속에 왔음을 실감케 했다. 중간에 수명이 600년된 전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이 안쓰러웠다. 엄청난 크기의 밑둥이 나무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나무는 죽으면 안쪽부터 썩나 보다. 껍질부분은 아직도 그대로인데 안쪽은 뻥 뚫린 상태였다. 전나무 숲길이 조금 아쉬운 것은 도로가 단단한 흙으로 된 게 아니라 시멘트 도로 위에 흙을 깔아 놓은 거라 애들이 뛰다가 넘어지면 다칠 거 같았다.
전나무 숲이 끝날때 우리는 배가 고파서 매표소 밖에 있는 식당에 갔다. 비빕밥과 산나물전을 시키고 동동주 한 병을 주문했다. 전에는 주로 산에 내려와서 마셨는데 요새는 산에 오르기 전에 동동주 생각이 난다. 산나물은 투박해 보인 나물인 거 같지만 소금 간이 조금 밴 상태인지 짜짜름한 게 동동주 안주로 딱이었다. 특히 식당 가운데에 난로가 있어서 따뜻했다. 근데 난로 중간에 자동차 휠을 깔아 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나니 돌아가는 전나무숲길이 훨씬 여유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차로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향했다. 중간에 멋진 경치가 있으면 중간에 멈춰서 사진을 찍으면서 가을을 감상했다. 섶다리는 사진으로만 보던 거라 신기했다. 중간에 선재길이라는 산책로는 강와 산속으로 수시로 교차하면서 자연을 가까이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냥 차를 타고 씽~하고 지나쳤다.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해서 한숨 잤다. 배가 불러서인지 너무 졸렸다. 아내가 옷을 얇게 입고 와서 추워 했기에 마침 차안에 있던 애들 옷을 꺼내 아내를 입게 했다. 입구에서 우리는 다양한 색깔로 된 감자떡을 사 먹었다. 따뜻하면서도 맛있었다. 상원사로 오르는 길은 2개이다. 계단으로 가는 길이 힘들지만 전망이 좋았다. 계단 주변으로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우리는 사진 찍기에 바빴다. 계단을 전부 오르고 뒤 돌아서서 바라보면 산 정상에 걸친 운해가 정말 장관이었다. 상원사는 월정사와 다른게 아담한 전형적인 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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