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안의 보온병

10월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갑자기 추워졌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리고 싶어진다. 
꽤 오래전에 나는 유럽에서 느낀 진한 에스프레소의 맛에 반해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했다.  용돈으로 산 거라서 중고로 무늬만 에스프레소머신인 최저가 모델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저 쓴맛이 ‘가정용 에스프레소머신의 한계인가’ 보다 하면서 맛에 길들이기 위해 계속 마신 적이 있었다. 심지어 주변 동네 사람들에게도 권하기도 했다. (마셔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독해서 못 먹겠다고 했다. ㅎㅎ)

 SDA영어학원에 다닐때에  보온병에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서 가지고 다녔다. 언젠가 학원에서 이동수업을 하다가 학원교재가 다른사람 꺼와  바뀌었다.  어느날 가방에 넣은 커피가 쏟아졌는데, 하필 그 가방에 내 책이 아닌 다른 사람의 교재가 들어 있었다. 책은 커피에 젖어서 불어 있었고 커피 향기가 아닌 이상한 냄새까지 났었다. 하지만 책 주인은 괜챦다고 돌려 달라고 해서 책을 교환했었다.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서 급하게 나오면서 보온병의 안쪽 마개를 잘 닫지 않아 커피가 가방에 쏟아졌다. 모르고 있다가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꺼내는데 가방이 온통 젖어 있었다. 보온병에는 커피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가방안에 있는 모든 것이 젖었지만, 다행이 전자제품은 잘 동작했다.  전자책은 가방 옆 주머니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덕분에 직원식당에서 파는 천원짜리 까페라떼를 마셨다. 시럽을 조금 넣어 달달하니, 피곤한 월요일에는 딱 제격이다.

나이가 50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덜렁대는 성격은 여전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만 언제나 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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