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어김없이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로 10월을 바쁘게 보냈다.
우리 가족은 시험준비가 나의 취미 아니냐고 한다. 매번 시험에 떨어지고도 시험 한달 전에만 공부하는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정말 공부하기 쉽지 않았다. 귀가 잘 안들리니 이어폰을 끼고서도 강의가 알아듣기 힘들다. 전에는 출퇴근 시간에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이젠 주변소리를 차단하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꽂고 들어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다. 큰애 이들으로 등록한 에듀윌도 이번에 마지막이다. 시험등록을 하지 않아 연장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가 자의반 타의반 마지막 시험이 되었다. 진짜로 더이상 시험공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진짜로 올해가 마지막 시험이다.
그동안 시험 직전 한달동안 스터디카페를 등록해서 준비를 했지만, 더 이상 돈 낭비하기도 싫어서 올해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냥 내 책상 주변에 암막천을 가리고 공부를 했다. 송파도서관은 시험 직전에만 갔다. 그랬더니 전년 대비 공부량이 줄었다. 대신 2차만 4번째 준비하는 거라 기본 개념은 알고 있는 상태라서 수치나 암기해야 하는 부분을 제외하는 기본지식은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문제중심으로 공부를 했다.
최근 출제경향을 보더라도 기본서에 충실해야 하나 막상 기본서를 보고 공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먼저 문제를 풀고 기본서를 보고 해당 부분을 공부했다. 처음엔 대부분 모르는 문제라서 오래거렸지만, 반복해서 하니 틀린 부분과 다시 공부하니 시간이 조금 단축되었다. 그럼에도 공부시간이 부족해서 모든 범위를 제대로 봤다고 하기 힘들다.
과목별로 모의고사 1회, 쪽집게 100선을 풀고 기본서를 봤다. 과목별로 동형모의고사 1회까지 풀었던 것도 있다. 항상 문제를 풀고 나서 기본서나 요약집에 있는 부분을 보면서 해당 부분을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시험 직전에 과목별로 흝어보는 것도 시험 당일 새벽에서야 4과목을 끝낼 수 있었다. 올해에는 늦게까지 공부하지 않고 잠은 충분히 잤다. 그래서 그나마 공부시간에 전해보다 더 이해가 잘 되었던 거 같다. 하지만 시험 전날 잠을 조금 잤더니 다음날 오전에는 집중력이 떨어졌다. 시험장에 가서도 대기중에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아침은 추어탕 한그릇에 밥 말아 먹고 점심엔 김밥 한줄로 떼웠다. 많이 먹으면 졸릴 거 같았다. 그리고 1교시 끝나고 크라상과 소금빵을 먹었다. 시험시간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다.
1교시 과목을 중개사법과 공법이다. 중개사법은 정말 잘 본 거 같은 느낌이었고 공법은 뭔 말인지 모를 정도였다. 역시 쪽집게100선 중심으로만 공부해서인지 그곳에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1교시가 끝나고 조금 절망감이 들었지만, 중개사법에서 잘 봤기 때문에 2교시에서 50점만 넘으면 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당초 목표도 중개사법에서 80점 맞고 나머지 과목에서 50점만 넘겨 합격하는 전략이었다. 내 예상대로 되는 거 같았다. 2교시는 만만치 않았다. 공시법은 그런대로 푼 거 같았다. 앞쪽은 쉬웠고 뒤쪽은 어려웠다. 세법은 모두 어려웠다.
시험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오래된 교재로 공부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출제범위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공부하지 않은 부분에서 출제된 문제가 많았다. 시험이 끝나고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이번에도 힘들겠다는 절망감이 들었다. 가답 체크도 저녁 먹고 한참 지나서 아내가 한번 해보라고 해서 맞춰봤다. 에듀윌에서 답만 적으면 자동으로 채점되어 결과가 나오는 서비스가 있어서 체크했더니, 합격이라도 뜬다. 기분이 좋긴 했지만 중개사법이 55점이라는 점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럴리가 없을 거 같아서 Q-Net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가답을 내려받아 직접 채점을 했다.
중개사법은 내가 실수한 부분도 있었고 몰라서 헷갈려서 답을 수정한 것은 전부 틀렸다. 그냥 처음에 생각한 답이 대부분 정답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작년에도 중개사법이 쉬웠다고 생각했는데, 점수가 안나왔는데도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어쨌든 합격이다!
겨우 합격이지만, 고득점으로 합격하나 나처럼 겨우 합격하나 마찬가지이다. 이젠 지긋지긋한 시험을 끝냈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 그동안 가족에게 민폐를 끼친 것도 미안하고 회사에서 시험본다고 소문내고 매번 떨어지는 것도 쪽팔렸는데 이젠 끝났다. 정말로 기쁘다. 아버지도 3수 끝에 70대에 합격했는데, 나는 4수 끝에 붙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대충 공부했는지 반성이 된다. 시험 끝나고 점심을 먹으면서도 모든 음식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었다. 그 전에는 음식을 집어넣기 바빴는데, 이젠 조금을 먹어도 제대로 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일을 할때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해야 하는데 대충해왔던 모든 일을 반성한다. 앞으로는 신중하게 하고 가급적 내가 하는 것을 외부에 알리는 것도 자제해야 겠다.
며칠동안 송파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놀랜 것이 있다. 나이드신 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시험을 준비하거나 그냥 책을 읽으러 오는 거다. 취직준비를 하는 젋은 친구들도 많았지만 은퇴후에 재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냥 책 한권 펼쳐놓고 읽거나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도 많다. 정말 은퇴후 이렇게 되고 싶지 않다. 대학 도서관에 다니던 느낌하고는 딴판이다. 모두가 혼자이다. 다들 말도 없다. 노후준비의 하나는 친구를 사귀라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니다. 하루종일 말도 없이 도서관에서 지내는 것을 보면 정말 치매가 올 거 같다. 주변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거나 미리 사귐성도 길러놔야겠다.

이젠 아내가 포크레인 자격증을 따라고 한다. 나는 교육만 받으면 딸 수 있는 작은용량 기계를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는 전문자격증을 생각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