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ing..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내 개인교사에게서는 전차경주에 나오는 녹색군과 청색군, 또는 검투경기에 나오는 큰 방패군과 작은 방패군 중에서 어느 한 쪽을 편들고 응원해서는 안된다는 것, 어렵고 힘든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 최소한의 것만을 만족하며 요구하는 것이 별로 없는 것,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하고 남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는 것, 남을 비방하고 중상모략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

루스티쿠스로부터는 나의 성품을 교정하고 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 교묘한 언변과 수사학을 익히는 일에 빠져서 열을 올리지 않는 것, 순전히 이론적이거나 사변적인 문제들에 대한 글들을 쓰지 않는 것, 잘잘못을 따져 훈계하는 연설을 삼가는 것, 사람들에게 금욕주의자나 자선사업가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는 것, 수사학과 시학과 미사여구를 멀리하는 것, 정장을 입고 집안을 산책하는 것과 같은 허황된 행동들을 하지 않는 것, 루스티쿠스가 시누엣사에서 내 어머니에게 쓴 편지처럼 편지는 담백하게 써야 한다는 것, 어떤 사람들이 내게 화를 내거나 잘못한 경우에도 금방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 그들이 조금이라도 돌이키고자 하는 기색을 보이기만 해도 그들과 기꺼이 화해하고자 해야 한다는 것, 책들은 피상적으로 한 번 흟어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주의 깊게 정독해야 한다는 것, 유창한 언변으로 청산유수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말은 주의해서 들어야 하고 성급하게 동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고, 그의 집에 있던 필사본을 빌려주어서 어픽테로스의 “담화론”도 알게 되었다.

섹스토스로부터는 인자함, 가장이 잘 다스려나가는 가정의 모범적인 모습, 자연과 본성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것, 가식이 없는 위엄과 장중함, 친구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알지 못하고 말하는 자들과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우는 자들에 대한 인내와 관용을 알게 되었다.

플라톤학파의 철학자인 알렉산드로스로부터는 누구에게 말하거나 편지를 쓸 때 “내가 너무 바쁘다”라는 말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자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서 생겨나는 의무들을 바쁘다는 핑게로 자꾸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신들이 그동안 네게 무수히 많은 기회를 주었는데도, 너는 그 기회를 단 한번도 받아들이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일들을 미루어 왔었는지를 기억해 보라. 하지만 이제는 네가 속해 있는 우주가 어떤 것이고, 그 우주의 어떤 지배자가 너를 이땅에 보내어 태어나게 하고 살아가게 하고 있는 지를 알아야 하고, 이 땅에서 네게 주어진 시간은 엄격하게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네가 그 시간을 활용해서 네 정신을 뒤덮고 있는 운무를 걷어내어 청명하게 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지나가 버리고 네 자신도 죽어 없어져서, 다시는 그런 기회가 네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너는 왜 너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냐? 그럴 시간이 있으면 네게 유익이 되는 좋은 것들을 더 배우는 일에 시간을 사용하고, 아무런 유익도 없는 일들에 쓸데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을 멈추라. 하지만 그런 후에도 또다른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런 인생의 목표도 없이 그저 자신의 온갖 충동과 생각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달려오느라고 지쳐 버리는 것도 어리석은 것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이순간에 죽을 수도 있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라. 신들이 존재한다면, 인간 세상을 떠나는 것은 두려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설마 신들이 너를 불행 속으로 밀어넣겠느냐. 만일 신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신들도 존재하지 않고 섭리도 존재하지 않는 우주 속에서 더 이상 살아간들, 그것이 네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하지만 신들은 존재하고, 인간사에도 관여하며, 인간에게 그들에게 진정으로 해로운 것들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사람은 자기가 살 날이 날마다 점점 줄어든다는 것만을 생각해서는 안되고, 더 오래 살게 되면, 자신의 정신이 변함없이 맑아서 사물을 제대로 파악하고 신과 인간의 일들을 잘 살피고 성찰해서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람이 노년이 되었을때, 호흡과 소화, 상상력과 욕구 등을 비롯한 여러 기능들은 정상이어도, 자기 자신을 바르게 사용하고, 자신의 의무를 정확하게 이해하며, 자기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자기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는지의 여부를 아는 것 같이 잘 훈련된 추론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능력은 그런 기능들보다 일찍 소멸된다. 그러므로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매 순간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고, 사물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해서 판단하는 능력은 죽음보다 더 일찍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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