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설경

지난 화요일부터 2일간 윗집 공사를 한다. 오래된 아파트라서 잦은 공사로 소음에 적응이 되었지만, 바로 윗집이라면 참기 힘들다. 소음이 바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바로 윗집은 아니지만 윗집에 옆집이라 소음의 강도는 비슷하다. 그리고 오후부터 눈 소식이 있어서 차라리 설경을 구경하러 등산여행을 떠났다.

지리산 성삼재휴게소에서 노고단까지는 가깝다. 평지에 3km 정도의 거리이다. 오후에 도착해서 새벽에 올라갔다 와서 복귀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하루더 있다가 중산리를 통해 천왕봉에 오를 계획이였다.

하지만, 성삼재주차장으로 가는 천은사 근처 입구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눈으로 노면이 얼어서 오전부터 통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천은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갈수도 있지만, 9km가 넘는 거리라 3시간이 넘게 걸린다. 또한 주차장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고민이 되었다. 결국 포기하고 중산리로 이동했다. 지리산으로 막혀 있어서 한참을 돌아서 가야 한다.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린다.
화대종주 또는 비슷한 종주를 하면 서쪽에서 시작해서 천왕봉을 거처 동쪽으로 내려온다. 중산리주차장에서 성삼재나 화엄사주차장까지 택시로 이동시에 12만원을 받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멀기 때문이다.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전기차 충전이 불가했다. 3층에 옥상에 완속 충전기가 있는데, 출입통제 상태이다. 다시 터미널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급속와 완속 충전이 가능했다. 오늘 밤에 히터를 틀어야 하기 때문에 충전을 시켜놓고 편의점으로 갔다.  주변에 식당이 없다. 커페만 문을 열고 있었다.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해결해야 했다. 내일 아침에 먹을 김밥과 물도 샀다. 편의점 안에서는 먹을 수 없고 밖에 있는 테이블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추운 날씨에 떨면서 라면을 먹었다. 다행히 전자렌지로 20초정도 데운 상태여서 면발을 잘 익었다.

전기차에는 미리 히터를 틀어 놓을 수 있으며, 미리 예약을 할 수도 있다. 50분 간격으로 예약을 했다. 운전석이 사람이 없으면 일정 시간 지나서 히터가 꺼지기 때문에 원격기능을 이용해서 히터를 틀어야 한다.

차박 준비를 단단히 했다. 평탄화 작업과 바닥에 1인용 에어매트를 깔았다. 자충매트지만 스스로 바람이 들어가지 않는다. 스펀지 같은 펌프를 이용해서 바람을 넣어야 하는데, 그냥 입으로 부는 게 더 빨랐다. 입으로 어느 정도 바람을 먹고 나머지는 스펀지 펌프를 이용해서 바람을 가득 채웠다. 그 위에 4계절 침낭을 펼치고 안에 라이너도 깔았다. 9시 30분까지 운전석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자동 히트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히터가 나오지 않으니, 침낭 위 쪽의 쌀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불편해서 패딩을 벗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답답해서 다시 패딩을 입기는 싫어서 동계용 침낭를 펼쳐서 이불처럼 덮었다. 그랬더니, 따뜻했다. 비록 중간중간 잠에서 깰때 히터를 틀긴 했지만,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더 추운 날씨엔 동계침낭 안에 들어가면 문제 없을 거 같다.

원래 4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일어나기 싫었다. 그래서 5시까지 잤다. 그리고 다시 등산로 입구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곳에 차량이 한대 밖에 없다. 5시 30분에 나섰는데, 아무도 없다. 아직 어두운 새벽인제 조금 무섭긴 했다. 설악공룡능선을 갈때처럼 제대로 된 밝은 헤드램프가 아닌 러닝용 헤드램프라서 가볍긴 해도 배터리가 오래갈 거 같지 않았다. 그래서 밝기를 조금 어둡게 하고 차에 있던 손전등을 가져갔다. 멀리 볼때는 손전등으로 확인하면서 갔다. 그리고 손전등을 헤드램프가 방전될때 비상용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처음 밝기로 해도 2.5시간을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제조업체 말대로 성능이 나왔을때의 경우이다. 그래서 약하게 하면 5시간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혼자 걷다보니 무서웠다. 표지판에 반달곰을 만났을때 대처요령이 있어서인지 더 무서웠다.

반달곰 관련 안내사항이 있는 곳에서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냥 포장도로대로 직진했다. 이쪽 길은 순두류라는 곳으로 가는 길이다. 7시가 넘으면 버스를 타도 갈 수 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3키로 정도 편하게 갈 수 있다. 난 몰라서 그냥 걷다 보니, 순두류가 나왔아. 이곳에서 법계사로 가는 길로 향했다. 법계사로 가는 길는 차가 다닐 수 없다. 대부분 사찰에는 비포장도로라도 있지만, 이곳은 정말 걸어서 가야 하는 곳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절이기도 하다.

어자피 일출은 포기했지만, 그래도 중간에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순두류에서 산길에 접어 들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뒤로 넘어졌다. 바닥이 얼음인데, 눈이 내려 가려져 있었다. 그곳에서 멈춰서 아이젠을 착용했다. 그런데, 오른쪽 아이젠의 고무재질이 오래되어 삭아서 끊어졌다. 여유 끈으로 경우 묶어서 고정을 시켰다.

로터리대피소에 도착했다. 화장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단, 화장지를 직접 가져가야 한다. 그래도 따뜻해서 조금 있다 나왔다. 바로 위에 법계사가 있다.

나는 조금 돌아서 갔기 때문에 이곳까지는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법계사부터는 경사도 있어서 힘들었다. 중간에 확 트인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서 이미 떠버린 해를 봤다.

다시 숲속 길로 들어섰다. 가는 길은 나무로 둘러쌓여 있어서 어디쯤인지 모르겠다. 1키로마다 노란색으로 위치를 표시해주는 곳이 있어서 어디쯤인지 알 수 있었다. 이정표가 생각보다 부실했다.

마지막 1키로 구간이 가장 힘들었다. 계단을 오르면서도 몇 번을 쉬어야 했다. 600미터 정도 남는 시점에서는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올라오면서 초코렛을 조금씩 먹긴 했지만 빈속이라 배가 고팠다. 정상에서 김밥 먹을 생각을 하면서 올랐다. 하지만 정상은 바람이 너무 세게 불고 있었다. 사람도 아무도 없고 바람만 불고 있었고, 표지석 외에는 정상도 좁았다. 사진 찍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주변을 찍는 줄 알았는데, 표시석을 찍는 곳이었다.

혼자서 셀카 놀이하는데, 마침 다른 사람이 도착했다. 그사람에게 사진 한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가져간 SLR이 줌이 되는 건데, 줌 기능을 몰라서인지 멀리도 찍어줬다. ㅎㅎ

밥을 먹기 위해 바람을 피할 수 있을 곳을 찾아 앉았다. 베낭에 오랫동안 있던 받침대가 모처럼 유용했다. 먹을 거는 김밥와 물 뿐이다. 식어버린 김밥이지만 엄청 맛있었다.

 

 

이곳은 바람이 엄청 부는 겨울나라이다. 빨리 정상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사진도 제대로 찍지 않았는데, 내려면서는 천천히 사진도 엄청 찍었다.

내려오는 길에 법계사에 들렀다. 근데, 보궁이라는 글자가 보여서 확인했더니, 정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보관되어 있는 적멸보궁이다. 유명한 8대 적멸보궁외에도 진신사리를 보관하는 곳이 여러 곳이 있는데, 이곳도 그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만도 이렇게 많은데, 도대체 몸 속에 얼마나 많은 사리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곳에는 일제시대에 지리산과 법계사의 혈맥을 짓누르려고 쇠말뚝을 박았던 곳이다. 2005년, 2006년에 두 차례에 걸처 제거했다고 한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칼바위 방향으로 내려갔다. 중간에 엄청 큰 바위인 망바위가 있었다.

이번엔 칼바에 도착했는데, 바위 끝 쪽이 칼날처럼 생겼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항상 내려오는 길은 지루하다. 숲에 둘러쌓여 전망도 제대로 볼 수 없는데다 다리의 피로도 쌓여 있기 때문이다.

드리어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까지는 아직 200미터 가야 하지만, 포장도로라서 이곳이 끝인 셈이다.

터미널 주차장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식당이 비수기라 그런지 문을 연 곳이 없다. 그래서 첫번째 휴게소에서 비빔밥을 먹고 쌍화차를 마시러 금산인삼랜드휴게소에 들렀다. 항상 이곳을 지나게 되면 대추차나 쌍화차를 마시러 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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