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로 한라산을 다녀왔다.
전날 입산 통제가 있어서 등산을 못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밤 10시경 해제되었다. 혹시라도 한라산을 가지 못하면 덕유산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럴 경우 비행기값 일부를 포기해야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산행이 가능해져 기뻤다.
첫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내 차로 2명을 태워 가기로 했다. 하지만 전날 늦게 퇴근한 데다 늦은 저녁을 먹었더니 깊이 잠들어버렸다. 새벽에 아내가 나를 깨우며 “오늘 등산 가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이 겨우 7분 남아 있었다. 내가 늦으면 3명이 함께 늦는 셈이었다. 게다가 한 명은 도로변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추운 곳에서 떨고 있을 터였다. 급하게 어제 챙겨둔 옷을 입고 배낭을 들고 나왔다. 그 와중에도 아내는 준비한 당근을 챙겨줬다. 정신없이 출발해 약속보다 10분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 크게 늦지 않아서 안도했다. 일행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 88도로 구간 단속이 많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은 맞출 수 있었다.
김포공항 제1주차장은 국내선 도착장 1층에 있었지만, 나는 급한 마음에 출발장에 일행을 내려줬다. 결국 차량을 주차해야 하니, 처음부터 바로 주차장으로 가는 게 나았을 것이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2층에서 일행과 다시 만났다.
시간 여유가 있어 천천히 아침을 먹고 화장실도 다녀왔는데, 갑자기 우리 비행기의 라스트콜이 나왔다. 탑승 게이트는 1번, 공항 맨 끝쪽이었다. 허겁지겁 뛰었더니 등산도 하기 전에 우리 모두는 지쳐버렸다.
미리 예약한 덕에 앞쪽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잠시 눈을 감았는데 금세 착륙 준비 방송이 나왔다. 이륙하자마자 착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안내방송 후에도 시간이 좀 남아 구름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이용한 진에어는 도착 후 버스로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버스 안에 자동차 매연이 가득 차 있어 불편했다. 일반 버스가 아닌 탓인지 내부 공기질이 좋지 않았다.
제주공항 출구 근처 CU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샀다. 뜨거운 물은 일행이 준비했지만, 나는 아침에 늦게 나오는 바람에 보온병을 챙기지 못했다. 원래 점심으로 성판악 근처에서 즉석 발열식품을 사려고 했지만,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김밥과 라면으로 간단히 해결하기로 했다.
제주공항에서 성판악까지 택시로 30분 정도 걸렸고, 요금은 24,000원 나왔다. 등산로 입구에서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신발 끈도 단단히 묶은 뒤, 8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다.
눈이 많이 내렸지만 얼지 않아 등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적설량이 55mm로 상당히 많아 계단이 모두 덮여 있었고, 오히려 등산하기에는 계단보다 나았다. 속밭대피소와 진달래대피소에서 잠시 쉬었고, 점심은 관음사 탐방로에 있는 삼각봉대피소에서 먹었다.
성판악 탐방로는 완만해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하산할 때 관음사 탐방로로 내려왔는데, 삼각봉대피소까지는 경사가 가팔랐다. 내려가는 길은 무난했지만, 반대로 올라오는 등산객들은 눈 덮인 가파른 경사 때문에 꽤 힘들었을 듯하다.
관음사 탐방 안내소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과 가까워서 그런지 올 때는 택시비가 16,000원 나왔다. 공항 3층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1층 카페에서 잠시 쉬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카페 근처에서 어떤 여성이 중국어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 너무 빠르고 시끄러워 다소 불편했다. 채널을 두 개 운영하는지 카메라 두 대를 고정해 놓고 촬영하고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너무 시끄럽게 방송하는 모습이 아쉬웠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에스티로더 갈색병을 샀다. 기념일마다 선물하는 제품이었지만, 최근에는 사지 못해 오랜만에 큰맘 먹고 구입했다.
김포공항 주차 요금은 하루 2만 원이었지만, 전기차 할인으로 50% 감면받았다.
이번 한라산 산행은 최고의 겨울 등산이었다. 예전에 일출을 보기 위해 태백산에 올랐을 때도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눈 덮인 한라산과 맑은 하늘이 어우러져 겨울 산행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겨울 산이 점점 더 좋아진다.





































